들 때는 어서 와요

아침저녁 보면서



이것저것 챙기고

매만져 털어주고



출근길

배웅 나가면

대견했던 뒷모습



좋아라 지낸 세월

곁에서 부디끼니

살갑고 행복했던

꿈같은 시간들이



세월에

이기지 못해

떠나가네 부모 품



어쩌나 노부부는

빈 둥지만 남았네



제 갈 길 가야 하니

붙잡지 못할 형편

보낸 후

빈자리 밟혀

아려오네 이 가슴


무더위가 극성인 즈음에도 처서(處暑)를 앞두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보면 절기(節氣)는 자연의 숨결인가 봅니다. 이런 날이면 유독 떠나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집니다. 주어도 주어도 부족한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던가요? 시인의 ‘아려오는 이 가슴’을 공감하는 나이가 되고서야 그 옛날 한지에 글을 쓰시다 건네주시던 아버지의 손길이 떠오릅니다. 말로 다 못 하셨던 그 마음이 어쩌면 오늘 이 딸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가만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뒤늦은 깨달음 앞에 그날의 막내딸도, 지금의 엄마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