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령왕릉 유물·구슬갓끈 등 눈길
- 16, 17일 시민 대상 고고학 강좌

예로부터 부귀의 상징이었던 유리 구슬. 고대부터 지배층의 무덤에 함께 묻힌 대표 부장품으로 귀하게 여겨졌지만, 다른 보석과 함께 목걸이 형태로 꿰어진 것이 많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유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유리구슬이 주인공이 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고대시대의 유리뿐만 아니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까지 우리 역사에서 빛났던 유리구슬의 변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전시다.

부산 복천박물관에 전시된 삼한시대 유리구슬. 복천박물관 제공

부산시립박물관 소속 복천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 ‘유리구슬, 시간을 꿰다’가 마련됐다. 이 전시는 해양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한반도 유리구슬을 시대별로 조명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유리구슬의 여정’은 도가니 거푸집 등 유리구슬 제작 도구로 사용된 유물을 전시한다. 부여 쌍북리 출토 도가니와 부산 고촌·두구동 출토 거푸집 등 삼한·삼국시대 유리구슬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을 소개한다. 2부 ‘위신의 빛, 삼한을 수놓다’는 삼한시대 금·은·비단보다 귀하게 여겼다는 유리구슬을 소개한다. 마한시대 청색 녹색 적갈색 등 다양한 색상의 유리구슬과 변한·진한시대의 작고 정교한 청색 구슬 등이 소개됐다.

3부 ‘권위의 빛, 삼국을 말하다’는 권력의 상징이 된 백제·신라·가야 시대 유리구슬을 조명한다. 무령왕릉 황남대총 등 지배층 무덤의 부장품으로 출토된 유물들로, 인도 베트남 등 해외와의 교류를 보여주는 물건도 있다. 4부 ‘염원의 빛, 시대를 흐르다’는 통일신라부터 고려·조선에 이르기까지 변화한 유리구슬의 흐름을 살펴본다. 불교의 영향으로 사리장엄구 같은 종교 의례품으로 쓰인 유리구슬과 표주박형 모양 등 새로운 형태의 유리구슬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삼한시대부터 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까지 시대별 유리구슬 유물을 한데 모아 의미를 가진다. 전국 24개 기관에서 가져온 유물 252점을 선보이는 데, 투명한 수정과 조합을 이뤄 변한지역 목걸이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김해 양동리 322호분 출토 목걸이와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으로 명성을 떨친 의병장 곽재우의 구슬 갓끈 등 보물 2점은 단연 눈에 띈다.

또 알록달록한 색감과 장식무늬가 도드라지는 백제 무령왕릉과 신라시대 황남대총 천마총 출토 유물 등 삼국시대의 유리구슬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드문 기회이다.

전시 도입부에 설치된 김헌철 유리공예가의 색유리 시편은 다양한 색상의 유리 공예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유리 예술을 비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며, 연계 행사로 오는 16, 17일 고고학시민강좌도 열린다. (051)55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