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인간이 가장 고독해진다는 11월의 둘째 날. 용두산 자락 아래 옛 미문화원 자리에 있는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으로 향했다. 부산 유일 레코드 주제의 행사 ‘2025 광복레코드페어’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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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광복레코드페어’에 참여한 밴드 세이수미가 관객들과 기념 촬영한 모습.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
고백하자면 관에서 주최하는 문화 행사에 꽤 두터운 편견이 있었다.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심한 결과 결국 무색무취의 지역 행사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쯤 처음 참석한 광복레코드페어는 광복동의 전설적인 300석 규모의 극장식 음악 감상실 ‘무아’를 주제로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과 레코드마켓 무아 출신 DJ가 함께 어우러져 1970·80년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힙스터들로 북적이던 광복동·남포동의 찬란한 영광의 시대를 고스란히 재현해 두터운 편견을 단번에 깨트렸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레코드를 주제로 한 행사가 너무 마니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피난수도 시절부터 청년문화가 화려하게 꽃피던 광복동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살리고 싶었다”고 부산근현대역사관 하은지 주무관이 행사에 관해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이번 광복레코드의 주제는 ‘그룹사운드’다. 무료로 즐기기 미안할 정도로 웬만한 록 페스티벌을 능가하는 화려한 공연 라인업이 눈에 띈다.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탄탄한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부산 밴드 DDBB와 야자수, 그리고 이미 세계적인 밴드 세이수미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룹사운드’라는 테마에 가장 어울리는 팀은 ‘원호와 타임머신’이었다. 애매하게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목격하지 못한 ‘신중현과 뮤직파워’ ‘산울림’ ‘데블스’ 등 한국 록 전설들의 라이브를 체험시켜 주는 것 같은 무대를 펼쳤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의 뜨거운 호응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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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광복레코드페어’ 행사 모습.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
레코드 마켓도 한층 풍성해졌다. 개인 셀러, 인디레이블, 출판사 등 17개 팀이 판매하는 레코드, 음악 굿즈, 음악서적 매대에서는 원로 힙스터들과 힙스터 새싹들이 눈을 반짝이며 음악 취향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훈훈함을 넘어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치러지는 행사에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참여가 많은 편인데, 광복레코드페어는 유독 평균 연령이 낮아진다고 한다. 세대를 넘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축제로구나,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벌써 다음 광복레코드페어가 펼쳐질 내년 11월이 기다려진다. 부디 오래오래 부산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음악 축제로 남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