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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애니가 구축한 콘텐츠의 힘…성장세 꺾인 韓영화와 대조

‘귀칼’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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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 확장 속 일본은 IP로 승부
- 韓, 블록버스터·스타 의존은 독

올해 한국 영화 농사는 흉작이다. 말 그대로 망했다. 2025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현재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좀비딸’ 한 편 뿐이다. 흥행 기대를 모았던 현빈 주연의 ‘하얼빈’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300만 관객 돌파에 실패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스틸컷. 배급사 제공
그나마 체면치레할 수 있었던 건,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한국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마저도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일본 영화에 빼앗겼다. ‘좀비딸’을 끌어내리고 정상에 깃발을 꽂은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 22일 누적 관객 563만8000명을 돌파하며 올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2면 보도).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흥행의 신이 ‘아바타3’를 들고 다음 달 17일에 출격하긴 하지만, 개봉 시기상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올해 영화 흥행 킹 자리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주목할 점은 4DX, IMAX, 돌비 시네마 등 특별관 관람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CJ ENM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전체 관객 중 19%인 106만 명이 특별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포맷이 ‘N차 관람’ 열풍을 이끌며 흥행세를 견인했다”고 짚었다. 티켓값이 비싸도 대형 스크린에서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영화에는 관객이 지갑을 연다는 방증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17일 아사히신문은 ‘귀멸의 칼날:무한성편’의 세계 수입이 1063억 엔(약 1조4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일본 영화가 세계 흥행 수입 1000억 엔(약 944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일본에서 379억 엔(약 3580억 원), 157개 국가·지역에서 684억 엔(약 6460억 원)을 각각 벌어들였다. 앞서 영화는 25년 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세운 북미 박스오피스 외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에서도 지난 14일 개봉해 3일간 3억위안(약 622억 원)을 달성하며 무한성의 명성을 입증해 보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불거진 중·일 갈등으로 흥행이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관객이 몰리는 중이다.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10, 20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흥행 성공에 힘입어 제작사 소니그룹은 올해 회계연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4300억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작품은 소니그룹 산하 애니플렉스가 도호와 함께 배급했다.

한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글로벌 흥행을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선은 복잡하다. 봉준호의 ‘기생충’ 등의 활약으로 대중문화가 일본보다 한발 앞서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 다시 역전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우수 인력이 대거 OTT로 이동하며 심각하게 쪼그라든 국내 영화 시장과 달리 일본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극장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여기엔 성공적인 감독 세대교체와 단단한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의 힘이 있다.

일본 IP의 힘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올해 국내 극장가의 특징 중 하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떠오른 것인데, 이를 주도한 것은 ‘명탐정 코난’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 처럼 일본의 오랜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었다.

국내도 최근 웹툰과 웹소설에서 IP가 수혈되고 있긴 하지만, 역사가 긴 일본에 비하면 아직 글로벌 성공 사례가 적다. 게다가 IP 대신 독창적인 창작열로 승부를 보던 한국 영화 시장이 블록버스터물이나 스타 배우에게 의존하면서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는 건 뼈아프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위시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극장 흥행은, 팬데믹 영향으로 극장이 안 된다는 국내 영화인들의 주장이 안이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승부는 콘텐츠의 힘인 셈인데, 한국 영화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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