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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소멸되는 도시 위 10개의 집…결핍을 채우는 공동체 온기

부산현대미술관 ‘나의 집이 나’, 연례전시 내년 3월 22일까지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5-12-02 18:16:1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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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감소 등 직면한 현실 과제
- 상상력으로 푼 색다른 집 소개

여기 색다른 집 10채가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현대미술관 ‘나의 집이 나’ 전시에서 랩.WWW. 팀의 ‘함께 짓는 도시’에서 가족들이 작품 위에서 놀며 전시를 즐기고 있다. 이원준 기자
첫 번째 집(더 파일룸 ‘댓츠 마이 네이버’)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나무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의 빼곡히 붙은 집들의 문을 가져와 나무와 비닐로 이어 붙인 또 다른 집이다. 좁은 문을 드나들 때면 깡깡이마을의 생생한 소리가 들리고, 대형 화면에는 그곳 주민의 삶이 영상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 그중에서도 인구 소멸의 직격탄을 맞은 도시 영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낡고 오래된 집, 빈집 사이에서 꿋꿋이 버티는 집에서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어 붙인 문 사이를 드나들다 보면 낡은 대문을 넘나드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집(강해성+문소정+한경태 ‘이동하는 모듈러 만물상’)으로 시선을 옮기니 2층 트럭에 각종 물품이 빼곡한 만물상 버스가 있다. 로켓 배송이 닿지 않는 산간 오지를 다니며 주민이 필요한 주방·생활·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청춘만물트럭’이다. 각자의 이유로 집을 지키느라 도시로 나가지 못한 이들에게 만물상 버스는 새로운 ‘돌봄’이 되었고, 버스 2층은 다른 이를 돌보러 전국 곳곳을 다니는 트럭 주인의 집이다. 그리고 트럭 주위에는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으로 수집한 가구 조각으로 만든 작품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다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작품이 되는 과정은 버리는 데 익숙한 도시에 새로운 ‘돌봄’의 단서를 제안한다.

포자몽 팀의 ‘마이코셀 유니버스:균류와 인간의 공존’.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그리고 아주 색다른 곰팡이 집(포자몽 ‘마이코셀 유니버스: 균류와 인간의 공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지하 집에서 함께 살던 곰팡이와의 공생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으로, 영도에서 채집한 곰팡이가 퍼져가는 과정을 AI 기술을 활용해 미디어아트로 구현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집’을 만들었다. 인간의 집이 곰팡이란 비인간 생명체에 흡수되는 과정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이 집 한쪽에는 실제 곰팡이 번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그의 집’이 공존한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지난달 29일부터 색다른 집을 소개한 전시 ‘2025 부산현대미술관 플랫폼-나의 집이 나’를 시작했다. 2023년부터 선보인 연례전 ‘플랫폼’은 첫해 ‘자연과 인간’, 지난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에 이어 올해는 ‘작아지는 세계, 다시 짓는 삶의 구조’를 주제로 도시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를 건축·도시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지난달 28일 열린 간담회에서 강승완 현대미술관장은 “인구 감소로 인해 도시의 기능과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이슈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 ‘나의 집이 나’에서 관람객이 더 파일룸 팀의 ‘댓츠 마이 네이버’를 살펴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개 팀(에이디에이치디, 리슨투더시티, 유림도시건축, 서울퀴어콜렉티브, 주현제바우쿤스트, 랩.WWW., 공감각 등)이 참여했다. ‘인구 감소’와 ‘도시 축소’란 색다른 주제인 만큼 각 팀에는 건축·디자인·조각·설치·사운드·미디어아트·인류학·질병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했다. 또 AR·게임·인터랙티브 등 첨단 기술과 실제 건축 자재까지 동원돼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주거 위기, 1인 가구, 고령화, 돌봄의 재편 등 도시가 마주한 현실을 각자의 해석과 상상, 연구를 더해 파빌리온에서 펼쳐 보였다. 10개의 파빌리온에 설치된 작품은 단순히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가 도시의 민낯을 외면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게 한다. 이들이 제시한 집에서 마주한 도시의 현실은 뼈아프다. 그럼에도 도시에는 여전히 다양한 삶이 결합해 결핍을 채우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도시·건축을 주제로 한 특별 영화 상영과 관객의 이해를 돕는 강연·워크숍·퍼포먼스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관련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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