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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역 사랑스럽게 만드는 ‘공블리’ 필터…섹스코미디도 통하네

영화 ‘윗집 사람들’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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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층간소음이라는 심각한 주제
- ‘섹스’‘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 하정우 감독과 절친한 공효진
- 애초부터 캐스팅 1순위 염두

- “하정우 신뢰했기에 출연 결정
- 남다른 윗집 부부에 당황하는
- 아랫집 정아 역할로 이입 유도
- 6년 만의 활동 소중함 깨달아”

“층간 소음이라는 게 (이웃 간) 싸움이 일어날 일이지, 돈독해질 일은 아니지 않나. ‘윗집 사람들’이 그리는 이야기는 기존 층간 소음을 다룬 콘텐츠들과는 맥락이 다르다.”

공효진의 말마따나, 공동주택 거주자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층간 소음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공동체 붕괴까지 초래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소음으로 인해 고통의 장소가 돼 버린다면? 그동안 영화계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층간 소음을 이야기 소재로 시의성 있게 반영해 왔다. 가깝게는 강하늘 주연의 ‘84제곱미터’와 이선빈의 ‘노이즈’가 층간 소음을 호러 장르에 녹여 풀어낸 바 있다. 그러나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은 같은 소재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룬 영화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섹스’와 ‘코미디’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소음을 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그로 인해 괴로워하던 아랫집의 섹스리스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하룻밤 함께 식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19금 작품.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원작으로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로비(2025)’를 연출한 배우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하정우 감독의 ‘섹’다른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에서 아랫집 여자 정아를 연기한 배우 공효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에 출연한 공효진은 영화 속에서도, 밖인 제작 현장에서도 중추적인 역할로 극을 이끌어 간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섹스코미디는 대사의 ‘한 끗’이 꽤나 중요하다. 수위 조절에 실패한 과도한 성적 농담은 자칫 불쾌감만 유발할 수 있어서다.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로 유명한 하정우의 재능은 이러한 위험을 발칙하게 방어해 낸다. 배우 캐스팅도 주효했다. 하정우가 공효진을 캐스팅 1순위로 염두에 두고 섭외를 타진했다는 건, 연출자로서의 탁월한 안목이다.

‘공블리’라는 호감형 별명이 증명하듯, 공효진의 저력 중 하나는 관객을 극에 편안하게 흡수시키는 생활밀착형 연기다. ‘미쓰홍당무’(2008)의 양미숙, ‘최고의 사랑(2011)’의 구애정, ‘고령화 가족’의 미연(2013) 등 그 어떤 캐릭터도 공효진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 사랑스럽게 돌변하는 마법을 부려왔다.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설정이 엽기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여배우가 고사한 ‘러브픽션’(2012)의 희진 역을 사랑스럽게 매만진 이 또한 공효진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공효진의 재능은 ‘윗집 사람들’에선 어떻게 발화됐을까.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 화자로서의 역할이다. 공효진이 연기한 아랫집 여자 정아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한 윗집 사람들에 맞서 현실감을 불어넣는 방어막 역할을 해낸다. “사실, 우리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가 어디 가서 쉽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음 만난 부부들이 이런 수위 높은 이야기를 한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영화인만큼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윗집 부부 이야기에 계속 당황해하는 정아를 통해 관객이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리액션 위주의 연기를 하려고 했다.”

배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빈 곳을 잘 찌르는 공격수, 그 공격을 잘 받아내는 수비수. 공효진은 후자다. 그녀 스스로도 “던지는 것보다 리액션을 잘 받는 배우”라고 말하는 공효진의 장점은 ‘윗집 사람들’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영화에 대한 공효진의 애정과 지분은 배우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하늬 캐스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각색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하늬가 “공효진 선배님이 PD이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을 정도. 이에 대해 공효진은 “잔소리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남성이시고, 이 영화의 화자에 가까운 사람은 정아이기 때문에 여성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려고 했다”며 “애정으로 느꼈으면 너무 다행”이라고 웃어 보였다.

“남다른 잔소리꾼”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하정우와의 깊은 친분도 한몫했다. 공효진과 하정우는 철없는 삼류 소설가의 연애 실패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러브픽션’에서 처음 만나 최상의 화학 작용의 절정을 보여준 바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울에서 해남까지 600㎞를 걸으며 3주간 길 위에서 동고동락(다큐멘터리 ‘577 프로젝트’)한 동지이기도 하다. 영화 ‘싱글라이더’(2017)에서는 제작자와 배우로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는 건 또 다른 문제. 여기엔 오랜 시간 쌓인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각색 전 버전이었다. 하정우 감독님의 색깔이 아예 없는 버전이어서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각색을 오빠 색으로 잘하겠지’라는 믿음이 더 컸다. ‘가다 말겠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든 목적지로 가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현장에서 바라본 감독 하정우는 어땠을까. “하정우 감독은 즉흥적이고 라이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사 하나도 고심하고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결정하는 사람인 걸 처음 알았다. 쉬는 시간 없이 생각하는 오빠를 보면서, 이런 사람이 감독도 하고 배우도 하는 거지 아무나 못한다고 생각했다. 가방에 모든 자양강장제가 다 있었다. 저걸로 지금 연명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인생을 1분도 허투루 안 쓰는 사람임을 느꼈다”라고 존경을 드러냈다.

■6년 만의 복귀 “새로운 경험 하고파”

‘윗집 사람들’의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윗집 사람들’은 공효진이 ‘가장 보통의 연애(2019)’ 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올해 초 출연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역시 ‘동백꽃이 필 무렵(2019)’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였다. 6년 동안 사실상 연기 활동을 쉬었던 셈. 공백이 길어진 데에는 내외부적인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하나는 우리의 일상을 얼어붙게 했던 팬데믹. 또 하나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차대한 사건이다.

“코로나 때는 그냥 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케빈 오와) 연애도 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언제 이런 압박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 준비를 안 해도 되는 그 시간이 즐겁기도 했다. 이십몇 년간 쉼 없이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제 좀 다른 패턴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을 만큼.”

복귀하더라도 일은 반으로 줄여볼까 하는 생각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멀리 떨어지면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했던가. 공효진에게 연기가 그랬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란다. “행복하긴 한데 삶의 코어가 살짝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코로나 전에는 연기라는 게 어렵고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추 같은 거였구나를 절실히 깨달았다”고.

덕분에 연기 시야가 더 확장되고,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공효진의 차기작은 액션이다. “사실 그동안 액션 근처에도 안 갔다. 제가 진짜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치에 박치라, 제작진도 저를 두고 애로사항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전한다. 예전에는 잘 못할까 봐 겁이 났지만, 이제는 남은 시간 동안 더 해보자고 다짐했다. 캐릭터성이 진한 연기도 도전해 보고, 지금껏 안 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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