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반으로 접고 또 접고 해가 기울 때, 낯선 번호가 떴습니다. 기자님의 당선이란 말만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책상 위, 수북한 책들 속에 한 권의 책처럼 앉아 있던 수많은 날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그중에 눈에 띄는 유일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늘 모서리가 많은 글을 버릇처럼 응모했습니다. 안쪽에 남아있던 기대감마저 간데없고 자신감은 바닥을 써 내려갔습니다. 계절보다 떨어지는 잎들만 보였습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떨어지지 마. ‘죽음 앞에 시를 놓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숨어있던 객기가 올라왔습니다. 연초에 중한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날짜 예약하러 가는 날, 대학병원 로비에서 시조, 월 장원이란 소식을 마주했습니다. 순간 중한 병을 잊었습니다. 시조를 앞에 놓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 나았습니다. 행운이었는데 연말에 또 행운을 맞이합니다. 치열하게 글을 쓰라는 의미로, 들리지 않는 신의 언어를 해석합니다. 가슴에 품은 종교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참 많이 돌아왔습니다. 때가 있다는 이치로 받아들입니다. 앞으로 약자가 짊어질 사물들의 걸음을 풀어놓겠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 시조의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과 국제신문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독하게 공부하는 것에 솔선수범하시는 조경선 선생님,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더불어 서로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은 시란 문우님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당신의 벼랑이 우리의 꽃으로 필 줄이야, 김수희 씨, 이제 괜찮습니다. 나의 정체성인 미주, 민철, 미소와 기쁨을 함께합니다. 지금부터는 정체성이 시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력=본명 안영미. 1964년생. 2024년 1월과 2025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시란 동인. 경기도 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