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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러브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구교환의 매력

영화 ‘만약에 우리’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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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역에 기이한 개성 불어넣으며
- 첫 등장부터 관객 사로잡은 배우
- 과거와 현재 오가는 멜로물에서
- 문가영과 기대 이상‘케미’선보여

- 천재형 배우라는 칭찬엔 손사래
- “준비 굉장히 많이 하는 노력형”

- 코미디언 장도연을 주연 캐스팅
- 직접 연출한 멜로영화 올해 개봉
- ‘부활남’ 등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

보폭이 남다르다. 등장과 동시에 관객의 시선을 가로챈 ‘반도’(2020년)부터 ‘D.P.(2021)’ ‘모가디슈(2022)’ ‘길복순’(2023) ‘탈주’(2024) 등을 이어 달리며 구교환은 상업 장르 영화와 드라마에 넓고 길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였을 뿐, 범 대중이 구교환의 매력을 알아채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직접 연출한 단편 영화에서 구교환은 이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유형의 창작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고, 독립 영화 ‘꿈의 제인(2017)’ ‘메기(2019)’ 등에서도 매 순간 캐릭터에 기이한 개성의 숨을 불어넣어 왔으니까. 상업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연출 김도영)는 돌출된 매력으로 사랑받아 온 구교환의 매력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 안에선 어떻게 발화되는가를 지켜볼 수 있는 영화다.

■돌출된 매력부터 보편적 캐릭터까지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보편적 사랑 이야기를 실감나게 보여준 배우 구교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영화는 뜨겁게 사랑했지만 현실 앞에서 어긋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동우 정백연 주연의 중국 영화 ‘먼훗날 우리’(2018)의 리메이크작 인터뷰로 만난 구교환은 ‘만약에 우리’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잘 헤어지는 이야기”라고.

‘만약에 우리’는 사랑의 생로병사를 잘 길어 올린 영화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로 여길 법한 에피소드도 잘 매만진 편이다. 첫사랑의 기억을 환기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강력하다. “‘은호랑 연애한 기분이 든다’는 시사회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구교환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은호, 각자의 정원이 있을 거다. 실제로 성별을 떠나 ‘내가 정원이다’ ‘내가 은호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체험형 4DX 영화가 또 어디 있느냐”고 웃어 보였다.

멜로 영화 성패의 8할이 남녀 배우 케미라고 할 때, 구교환-문가영 커플이 만들어낸 화학 작용은 기대 이상이다. 구교환은 그 공을 문가영에게 아낌없이 돌렸다. 그는 “한국 영화에 3대 버스 신이 있다”며 ‘범죄도시’ 속 마동석-손석구 버스 대결, ‘실미도’의 버스 장면, 마지막으로 ‘만약에 우리’에서 문가영이 이별 후 눈물을 쏟는 버스 신을 꼽았다. 유머 녹인 비유이긴 했지만 이 말은 그의 진심일 것이다. 해당 장면에서 문가영은 예쁘게 울지 않는다. 얼굴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이 시키는 대로 펑펑 운다. 클리셰 없는 날 것의 눈물이랄까. 구교환이 해당 장면을 보고 “이 영화가 좋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상대 배우에게서 진심을 봤을 때, 구교환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같은 진심으로 응수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만약에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이때, 원작처럼 남녀가 사랑한 과거의 시간은 ‘컬러’로, 헤어진 후의 삶(현재)은 ‘흑백’으로 처리됐다. 이 방식은 인상적이다. 단순히 익숙한 패턴을 뒤집어서 인상적인 게 아니라, 그것이 영화 주제와 연결돼 있기에 서사가 더 두툼해 보이는 효과를 낸다. 사랑을 놓친 후 세상이 암전된 듯한 착시를 느껴 본 적이 있는 이라면, 이 설정에 더욱 공감할 것이다.

흑백과 컬러의 역전은 게임 디렉터 은호가 개발하는 게임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은호는 게임의 상업성보다, 철학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점수나 데이터로 성과를 매기는 게임 산업 속에서, 버티고 버텨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인정받는다.

배우이기 이전에 연출자이기도 한 구교환은 그런 은호에게 깊게 이입했다. “은호 정도는 아니지만, 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로 연출자가 되고 싶어 아등바등한 시간이 있었다. 제작사로부터 시나리오 거절도 많이 당했고, 오디션도 자주 떨어졌다. 지금도 실패하는 과정에 있는데, 자기만의 인장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은호와 싱크로율 100%다.”

구교환이 생각하는 실패의 정의는 ‘스스로를 속일 때’다. “아까 이야기했듯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관객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내가 나를 속이고 타협하는 순간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는 구교환은 다만 ‘가짜 실패’엔 속지 않으려 노력한다. “‘실패는 가짜’라는 말을 좋아한다. 좌절하는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것을 실패라고 생각해서 작업을 멈추기도 했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안 좋은 상황에 함몰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배역을 찾는 과정을 ‘연애’에 빗대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좋아한다고) 그 역할도 나를 좋아해 주지는 않는다. 그건 뭐랄까. 선물처럼 오는 것 같다. 우연의 우연의 우연처럼. 물론 노력은 계속하지만. 오디션에 떨어지는 게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지금도 그 역할은 내 것이 아니었나보다 하기가 힘들다. 다만, 애쓴다. 각자에겐 자기만의 시간이 있다고. 조급해지지 말자고.” 이를 위해 구교환이 자주 되새기는 말이 있단다. “나는 영화를 너무 사랑하지만, 영화와 언제든지 이별할 수도 있다.” 집착하면 위험하기에 상기하는 말이란다.

■“나는 노력형 성장캐”

영화 ‘만약에 우리’의 한 장면.
작품마다 선보이는 날것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인해 구교환에겐 개성파 배우, 천재형 배우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그러나 구교환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빈말이 아니라 나는 내 개성을 모른다. 캐릭터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준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연기한다고 생각하는데, 보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며 “제 (진짜) 재능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 성장캐(릭터)라고 강조하는 이 배우의 말은 ‘일종의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연출자로서의 구교환이 ‘자기 인장’에 목숨을 건다면, 배우로서의 구교환은 정반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배우로서의 그는 연출자에게 철저히, 잘 이용당하길 바란다. “배우의 얼굴은 배우 스스로 갈아끼우기도 하지만, 가장 제가 좋아하는 방법은 연출자가 갈아끼워 주는 것이다. 실제로 감독마다 보고 싶어 하는 구교환의 얼굴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함께 한 김도영 감독님이 보고 싶어 하는 제 얼굴이 있을 테고, 연상호 감독님이나 이옥섭 감독님이 보고 싶은 제 얼굴이 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연기할 땐, 감독님에게 모든 걸 맡긴다.”

그런 점에서 구교환이 감독으로서 올해 들고 나올 영화 ‘너의 나라’가 궁금했다. 해당 영화는 코미디언 장도연을 주연으로 캐스팅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구교환은 연출자로서 장도연에게서 어떤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도연 씨 인터뷰 콘텐츠를 보면,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왜 어떤 배우를 만나더라도, 약간 ‘썸’의 기운을 내지 않나. 정말 멜로가 잘 어울리겠구나 싶어서 캐스팅했다.” 구교환이 느낀 장도연 안의 ‘썸의 기운’이 영화에 어떻게 담겼을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에 우리’로 2025년의 끝과 2026년의 처음을 장식한 구교환은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한 ‘너의 나라’ 외에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부활남’,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폭설’ 등으로 쉼 없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가 원하는 건 소박한 동시에 거대하다. “언제나 ‘당신의 주변인 구교환입니다’고 나를 소개한다. 멀리 있는 배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그 역할에 찰떡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게 배우로서의 제 야망이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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