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너스…’ 16개 부문 후보로 역대 최다
- ‘원 배틀…’ 골든글로브 등서 기선 제압
- ‘지구를…’ 리메이크 ‘부고니아’ 도전장
- 티모시 입방정에 남우주연상 안갯속
“And the Oscar goes to….” 영화 팬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주문이다. 올해 오스카 트로피는 어디로 향할까. 그 비밀을 품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15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부고니아’ ‘F1 더 무비’ ‘프랑켄슈타인’ ‘햄넷’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시크릿 에이전트’ ‘센티멘탈 밸류’ ‘씨너스: 죄인들’ ‘트레인 드림스’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가운데, 시상식과 관련된 각종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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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 후보작들. 왼쪽부터 ‘씨너스:죄인들’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 ‘부고니아’. |
■‘씨너스’냐,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냐
올해 아카데미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씨너스: 죄인들’의 활약 여부다. 무려 1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아카데미 역사가 보유한 최다 후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중요한 건 최다 후보 지명이 최다 수상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 최다 후보에 올랐는데,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더 자존심 구길 수 있다. 다행히 그럴 리는 없어 보인다. ‘씨너스: 죄인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전 열리는 마지막 시상식인 배우조합상에서 최고상을 거머쥐며 막판 기세를 올리는 중이니 말이다.
‘씨너스: 죄인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영화는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관건은 ‘씨너스: 죄인들’의 마지막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 두 영화 모두 워너브러더스 배급작이라는 점에서, 둘 중 어떤 영화가 수상해도 워너는 웃게 됐다.
참고로 폴 토마스 앤더슨은 칸영화제 감독상,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을 보유했지만,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아카데미를 접수할 수 있을지에도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돌발 변수 생긴 남우주연상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남우주연상 부문에선 변수가 생겼다. ‘마티 슈프림’으로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티모시 샬레메의 ‘입방정’이다. 논란은 지난달 21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CNN·버라이어티 타운홀 행사에서 비롯됐다. 영화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하던 티모시 샬라메가 발레와 오페라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 이에 세계 공연예술계는 물론, 할리우드 안에서도 비판이 나오면서 티모시 샬레메의 입지가 난처하게 됐다.
아카데미는 후보들을 향한 대중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상식이다. 실제로 후보자의 실언은 수상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해 ‘에밀리아 페레즈’로 첫 트랜스젠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에 내뱉은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휘말려 수상권에서 멀어졌던 게 대표적이다. 티모시 샬레메는 과연 이 논란을 극복하고 트로피를 안을 수 있을까.
■한국 관련 콘텐츠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부고니아‘(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색상에 지목된 점도 눈에 띈다. ‘지구를 지켜라’ 투자 배급사인 CJ ENM이 시나리오, 기획,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수상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은 뭐니 뭐니 해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창작자가 대거 참여해 한국 문화를 밀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극 중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로 활약한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의 ‘골든(Golden)’ 특별 무대까지 예고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 언급될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는 오랜 시간 정치적 발언의 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미투 운동부터, 전쟁 반대에 대한 이슈까지 첨예한 사안이 수상 소감이나 사회자 발언 등에서 쏟아져 나오곤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단골 손님이었다. 백인 중심주의, 미국 우선주의 등을 주창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아카데미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사회를 맡았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자, 트럼프가 이에 발끈해 SNS로 지미 카멜을 저격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올해도 이러한 풍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열린 선댄스영화제와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아티스트들이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을 강행하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판한 바 있기에, 트럼프와 ICE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리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최근 자행한 이란 공격에 대한 미국 내 찬성 여론도 높지 않기에, 이에 대한 발언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