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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58> 전 세계 단 13부뿐인 ‘바다의 신비’

17세기 최첨단 항해술의 정수를 만나다

  • 윤정은 국립해양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사
  •  |   입력 : 2026-04-02 19:08:2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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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모태 메르카토르 도법 제작
- 고려해 등 표기…한국 인식 반영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의 GPS를 통해 망망대해에서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다. 하지만 수백 년 전 탐험가들은 무엇에 의지해 항해했을까? 많은 이들은 탐험가들이 단순히 운과 직감에 의지하여 항해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당대 최고의 기술로 항해했다.
17세기 해도첩·백과사전 ‘바다의 신비’.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국립해양박물관에 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17세기 해도첩·백과사전 ‘바다의 신비(Dell’Arcano del Mare/1646~47)’가 있다. 저자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ley, 1574~1649)는 영국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지리학자, 조선(造船) 기술자, 해양 공학자였다. 그의 평생에 걸친 경험과 과학적 지식은 73세 때인 1646년 ‘바다의 신비’로 결실을 맺었다.

‘바다의 신비’는 3권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다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법, 2부는 기존 해도의 오류와 포르톨라노 해도, 3부는 군과 해군을 위한 군율, 4부는 군함의 조선술, 5부는 나선형 또는 대원 항해를 다루고 있으며 6부는 해도첩이다.

이 책에는 해상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천문·항해도구를 도판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회전식 종이차트인 볼벨 형태로 제작되어 선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가 그린 140여 개의 포르톨라노 해도에는 해안선, 항구, 섬, 항해 위험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설명했으며 최초로 자기 편차, 주요 바람, 해류 정보를 제공하여 선원들이 더욱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독보적인 가치는 세계 최초로 전 세계 모든 해도를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 Projection)으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지도의 모태가 된 이 도법은 구체인 지구를 평면에 투영하여, 지구의 경선과 위선이 직선으로 평행하게 나타나 나침반의 방위각(침로)을 유지하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르카토르 투영법에 의한 해도는 이제 단순히 경험에 의존한 항해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해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바다의 신비’ 제1권과 3권의 해도에서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다. ‘바다의 신비’에 실린 해도에는 우리나라가 ‘고려 왕국(Regno di Corai)’, 동해를 ‘고려해’ 또는 ‘한국해(Mare di Corai)’라고 표시하고 있다. 3권 해도에는 ‘고려 왕국은 반도이다(Regno di Corai, e Penisola)’라고 쓰여 있어 17세기 유럽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 방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제작하기 위하여 2.3t의 구리가 사용되었으며, 당대 최고의 판각자인 안토니아 프란체스코 루치니가 참여하여 12년에 걸쳐 완성했다. 판각자 루치니는 판각뿐만 아니라 여러 항해 도구, 붓글씨 장식 등에 바로크 양식의 장식을 새겨 넣어 책은 미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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