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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부사이양선문정초.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
“모월 1일 오시(午時, 낮 11시~1시), 부산 용당포 앞바다에 이상하게 생긴 배(異樣船)가 2척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어서 2일 유시(酉時, 오후5시~7시)에 또 다른 1척이 나타난다. 동래부사 서모(徐某)와 부산진첨사 이모(李某)는 이양선을 발견했다는 봉군(烽軍)의 보고에 부리나케 앞바다로 달려나간다. 배에 다가가니, 배의 선원들은 선선히 밧줄을 내려주어 안내하였다. 통역관까지 데리고 갔으나, 그들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생긴 것은 모두 괴이하였고, 머리털이 노랗거나 빨간 사람도 보였다. 눈동자도 파랗거나 노란 것이 기이하였다. 글을 통해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글은 구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다. 배에 타고 있는 7명의 광저우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 이상한 배는 홍모국(紅毛國, 네덜란드)의 배라고 한다. 수백의 사람이 배를 타고 장사를 다닌다고 한다. 배의 크기는 길이가 29발(약 88m), 너비가 6발(약 18m), 높이가 7발(약 21m)이 될 정도로 엄청 크다. 이들을 조사하고 나오니, 3척의 배는 오륙도를 넘어 남쪽으로 돌아 유유히 사라져 갔다.(필자 발췌 및 수정)”
위의 글은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동래부사이양선문정초(東萊府使異樣船問情草)’의 내용이다. 부산 용당포에 출몰한 이양선에 대하여 동래부사와 부산진 첨사가 문정(問情, 일종의 조사)하여 상부에 보고한 기록이다. 당시 조선에서는 이양선이 발견되면, 해당 지역의 지방관이 출동하여 해당 선박에 대하여 조사를 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였다. 때문에 동래부사와 부산진첨사는 상부 보고를 위해 달려 나간 것이다. 동래부사가 서(徐)씨인 것을 볼 때, 1855년 5월부터 1857년 1월까지 동래부사로 제수한 서당보(徐堂輔)일 가능성이 높다.
기록에는 총 3척의 이양선이 언제, 어디서 나타났고, 각 선박에 몇 명이 타고 있으며, 무엇을 싣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생김새와 옷차림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기록에서 조사관들은 그들의 문자인 알파벳을 ‘구름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다’라고 표현하였다. 아무래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필기체로 글을 쓴 것 같다. 배는 네덜란드의 상선인 것으로 보이며, 중국을 오가던 중에 동래에 잠깐 정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모든 선박에 청나라 광저우 사람들이 타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광저우는 중국의 대외 창구로서 국제도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역시 광저우를 통해 중국과 교역하고 있었으므로, 그러한 맥락에서 광저우 사람들이 네덜란드 상선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는 국립해양박물관 기획 전시 ‘개항, 부산항 150년’에 이 기록도 함께 출품될 예정이다. 나라의 문을 열기 전, 서양을 바라보는 조선의 시선이 어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