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은 휴가 계획도 짜고 물놀이 장소를 찾느라 설렌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사람은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여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집에서든 휴가 중이든, 가볍고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여름’ 책을 골라보았다.
‘여름어 사전’(아침달 편집부/ 아침달). 서른아홉 명의 시인, 네 명의 독자가 여름이면 떠올리는 단어를 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부에 흐르는 여름 추억들부터 여름에만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전해진다. 157개의 단어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여름의 프리즘이다. 예를 들어 ‘꽃다짐’이라는 단어는 봉숭아꽃과 잎을 다져 손톱에 물을 들이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무튼, 여름’(김신회 지음/ 제철소). 대한민국 비공식 지정 여름 책(?)으로 불리는 책. 김신회 작가는 여름이 왜 좋으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서 이 책을 썼다. 여름을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여름이 좋아질 것 같다. 이런 글이 있다.
“나는 하필이면 왜 여름이 제일 좋을까. 여름은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툭하면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얼버무리는 나조차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태평해진다. 뜨거운 햇볕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의 잡티와 주름, 금세 벌게지는 얼굴과 속절없이 흐르는 땀, 애써 가려봐도 티 나는 군살이 신경 쓰이면서도 일순간 ‘아, 다 됐다 그래!’ 하고 만다. 여름에만 가질 수 있는 대범함과 무방비함 때문에 여름을 이렇게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여름 휴가’(안녕달 그림책/ 창비). 더운 여름날, 바닷가에 다녀온 손자가 혼자 사는 할머니를 찾아왔다. 손자는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바닷소리가 들리는 소라를 선물한다. 할머니는 소라를 통해 여름휴가를 떠났다. 하얀 할머니의 얼굴이 어느새 검게 타버린 그림은 정말 바다에 다녀오셨나 하는 현실감이 들고, 바다 냄새 방향제와 바닷바람 스위치를 파는 기념품 가게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더해지면 감성은 더욱 풍성해진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휴가를 보내드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할머니에게 이어져 ‘소외된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어른의 여름방학에는 숙제가 없다’(정현우 외 지음/ 타이피스트). 직업도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른 저자들이 각자 여름 일기를 썼다. 온몸으로 덥고 습한 계절을 마주하며 남긴 이 기록은 땀내 나고 끈적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 숨 쉬는 삶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묵묵히 버텨야 하는 출퇴근길, 텅 빈 사무실에서 선풍기 바람에 기대어 보내는 야근, 덥고 끈적이는 삶의 한복판에서 길어 올린 저마다의 진짜 여름이다. 솔직한 이야기들이 더위를 식혀주며 위로를 건넨다. 함께 더위를 견디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