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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창작지원 넘어…예술인·단체 성장과 확장 돕는다

부산 예술 지원 패러다임이 바뀐다 <상> 변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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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부산 중구문화원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 전시 현장에서 정철교 작가와 관람객의 만남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부산의 문화예술지원 체계와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창작 지원 또는 창작지원금 지급 중심에 머물지 않고 이를 뛰어넘어 입체화·다각화·다양화 원리를 선명히 강화하는 데 있다. 지금 적극적으로 새로 판을 짜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부산문화재단은 이를 ‘부산문화예술지원 3.0’으로 표현한다.

이런 변화는 변수의 출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수(常數)’의 등장이자 틀 자체의 교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도모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3.0’의 방향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은 2022년 45억 원 수준에서 2026년 95억 원으로 늘어났고 내년 ‘100억 원 시대’에 진입할 기세다. 이는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예산 증액뿐만이 아니라 방향도 단순 창작 지원에서 유통 확산 집중 등을 통한 입체화·다각화·다양화는 대세다.

국제신문은 부산문화재단과 공동 기획으로 이 흐름에 주목하는 ‘부산 예술 지원 패러다임이 바뀐다’ 시리즈를 상·중·하로 연재한다.

- 市 예술지원 예산 100억 눈앞
- 공간·유통·기획 등 방향 다각화
- 창작-확산 균형잡힌 변화 추진

- 공연장·단체 연계 씨어터링크
- 활동영역 확장하며 상생 성장
- 시각예술 스페이스링크 신설

- 집중지원 포커스온 기간 연장
- 네트워킹·생태계 형성 뒷받침
- ‘혼자는 못할’ 아카이빙도 실현

극단 빅픽처스테이지는 2020년 7월 총단원 2명으로 창단했다. 김정환(35) 대표는 2009년 부산에서 극단 사계를 통해 연극에 입문했다. “지역 극단과 상업극 등에서 활동하며 배웠습니다. 2019년에는 첫 희곡 ‘코마’로 부산창작희곡상을 받았습니다.”

2020년 10월 부산연극협회 주최 제58회 수수한 연극 초청전에서 ‘코마’를 초연하며 ‘대표 1인(김정환) 기획 1인’으로 이뤄진 극단 빅픽처스테이지가 태어났다. 무대 제작과 연기를 겸하고 희곡 쓰고 연출하며 김 대표가 시작한 ‘빅픽처’는 ‘코마’ 등으로 잇달아 주요한 상을 받고 보폭을 넓히며 부산 중견 극단으로 성장했다. 단원도 10여 명이 됐다.

■확장을 향해

극단 빅픽처스테이지 김정환 대표. 김성효 선임기자
빅픽처스테이지는 2025년 동래문화회관과 짝을 이뤄 ‘씨어터링크’에 선정되며 또 한 번 성장했다. 씨어터링크는 부산문화재단의 시책으로,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상생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할 기획을 하면 이를 심사해 단년 또는 다년(최장 3년) 지원한다. 1년당 지원 상한선은 1억 원. 김 대표는 “꿈이 있었다. 사계절 공연하고 활동하는 극단이었다. 씨어터링크를 통해 그 꿈에 바짝 다가갔다”고 했다. 이 극단은 지난해 씨어터링크로 공연, 페스티벌, 워크숍, 주민 프로그램 등 50회 넘는(1년이 52주다) 활동을 펼쳤다.

씨어터링크는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기획한 상주단체 지원사업에 뿌리가 있다. 그래서 전국 지역별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부산에서는 9개 ‘단체+공간’이 진행 중이다. 문화재단은 전국에서 드물게, 공연장 위주 씨어터링크에 머물지 않고 올해부터 ‘스페이스링크’를 신설해 영역을 확장한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스페이스링크는 시각예술 공간 지원으로 시야를 넓혀, ‘공간 활성화-예술 유통 기반 확대-기획 역량 축적-작가 성장 지원’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다본다.

지난달 24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사진 갤러리 스페이스 이신. 올해 처음 공모한 스페이스링크 사업에 선정된 시각예술 공간 3곳 가운데 하나다. 사진가·기획자인 조강제(70) 대표가 설명했다. “전국 사진예술 공간에는 특유의 어려움이 있다. 사진 작품은 시장이 극히 미미하다. 극소수 아주 유명한 사진가의 사진이 아니면 안 팔린다. 이런 상황에서 군소 사진공간은 전국에 적지 않게 있지만, 대체로 말 그대로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데 그친다.” 기획·네트워킹·발굴·출간·협업·강좌 등 예술공간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외 사진예술계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책을 만드는 출간이 중요한 흐름이다. 우리도 노력 중이지만, 관련 강좌를 기획하려 해도 지역엔 전문가가 적어 한계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년짜리 스페이스링크에 선정되자 스페이스 이신은 관련 강좌와 프로그램, 신진을 중진과 잇는 멘티-멘토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곳은 각각 200㎡인 별도의 전시공간과 모임공간을 바탕으로 ‘기획-공간-작가’를 잇는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더욱 뚜렷해진 기세

극단 배관공 주혜자(오른쪽) 대표가 동료와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김성효 선임기자
김현정 문화재단 예술창작본부장이 설명했다. “예컨대 씨어터링크는 기본이 다년 지원으로 운영되며, 단순 창작 지원을 넘어 기획-공간-단체로 이어지고 확장되는 구조다. 이 사업 성과가 쌓이면서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스페이스링크로 확장했다.” 여기서 ‘단순 창작 지원’을 넘어 여러 형태로 ‘확장’하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점이 ‘부산문화예술지원 3.0’의 핵심이다.

이전까지 창작 지원이 대세였다. 문학을 예로 들면, 문학인이 부산문화예술지원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우수예술지원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창작지원금(대체로 4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문학인은 이 지원금으로 책을 냈다. 창작 지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는 예술창작이라는 공익 가치 실현을 지원했고, 예술가는 창작에 힘을 얻었다. 지원은 사실상 여기서 완결되는 구조였다.

문화재단은 몇 년 전부터 무게 중심을 완연히 전환해 유통·확산·전파·개척 등으로 확장하는 일에 나섰고, 올해 그 기세는 더 뚜렷하다. 2026년 부산시의 부산문화예술지원예산 총액이 95억 원이고(2022년 45억 원), 그중 창작 지원에 집중되는 우수예술지원사업 예산이 65억 원에 이른다. 전체의 3분의 1가량은 예술 지원의 입체화·다각화·다양화에 투입해 창작과 확산 중 어느 하나를 희생하지 않고 변화를 추진할 여지가 생겼다.

포커스온은 2023년 공연예술 부문을 시작으로 시각예술과 문학으로 확장한 집중 지원이다. 대체로 다년간 유통과 확산, 선순환 구조 구축, 교류와 네트워킹, 생태계 형성 시도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공연예술 부문 포커스온을 예로 들어 확장의 흐름을 살펴보자. 지난해까지는 최장 2차 연도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단체가 처음 지원해 1차 연도 쇼케이스 제작 지원 대상에 뽑히면, 규모가 작은 쇼케이스 공연을 만들 수 있게 2000만 원을 지원한다. 이들 쇼케이스 작품을 심의해 2차 연도 선정 작품에 포함되면 본 공연 제작비로 8000만 원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느 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문화재단은 올해 3차 연도까지 기간을 확장해 ‘재조명 지원’을 신설했다.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은 국내와 미국 남미 유럽 일본을 두루 다니며 활동을 펼친 중견 단체다. 지난해까지 포커스온 2차 연도까지 소화한 극단 배관공은 여기 도전해 재조명 지원에 최초로 뽑히는 성과를 거뒀다. 이 극단의 작품 ‘마이 디어, 헬렌’은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재조명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나 혼자는 할 수 없던 일”

2024년 1년 사업으로 시작한 문학 부문 포커스온은 2026년 2년 사업으로 확장됐다.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자 올해 문학 포커스온에 부산 대표급 문인으로 꼽히는 조갑상 정영선 소설가, 김수우 시인이 응모해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시각예술 부문은 포커스온 선정 작가가 아르코의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 작가로도 잇달아 뽑히는 등 성과가 좋은 분야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부산 중구문화원에서 중진 미술인 정철교 작가를 만났다. 오는 10일까지 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전시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의 관객 대화 행사에 나온 이 부산의 거장은 2025년 시각예술 부문 포커스온에 선정됐다. 그에게 포커스온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듣고자 했다.

그가 말했다. “일생 그린 작품이 4000점 정도 되더라. 포커스온을 통해 기획자·비평가와 전문가가 결합하며 아카이빙과 홈페이지, 비평과 출간이 실현되고 전시와 교류가 진화하더라. 나 혼자 힘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확장이 이뤄져 나는 정말로 놀랐다.” 새로운 예술 지원 정책이란 이런저런 한계도 노출할 수밖에 없겠지만, 변화하는 흐름만큼은 분명히 보였다.

※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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