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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6> 파푸아뉴기니의 조개화폐와 돼지

파푸아뉴기니 바다서 찾은 전통과 현대의 기묘한 공존

  • 전경호 국립해양박물관 학술연구팀장
  •  |   입력 : 2026-07-23 19:15: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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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의 조개화폐.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국립해양박물관에서는 올해 파푸아뉴기니 해양문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멜라네시아 문화권인 파푸아뉴기니를 이해하는 핵심은 이들이 오랜 세월 유지해 온 독자적인 교환 네트워크에 있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말에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실제 사용하고 있는 조개화폐와 의례에서 사용하는 그릇 등을 기증받아 박물관으로 가져왔다.

파푸아뉴기니의 교환 체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브로니슬라프 말리노브스키가 기록한 트로브리안드 섬의 ‘쿨라링(Kula ring)’이다. 조개 목걸이(soulava, 소울라바)와 팔찌(mwali, 음왈리)가 증여와 교환을 통해 섬 전체를 순환하는 이 체계는 당사자 간 호혜적 관계를 맺어 신뢰를 형성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다만, 쿨라의 조개는 물건을 사고파는 통용 화폐라기보다, 명성과 관계를 순환시키는 의례적 가치에 가깝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조개는 자연물임과 동시에 부족이나 개인 간의 관계를 잇는 상징물이었고, 나아가 사회적 신용을 창출하는 재화였던 것이다.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는 모투(Motu) 부족이 거대한 카누를 타고 이동하며 자신들이 만든 토기를 야자나무 녹말(Sago)과 교환한 대규모 해양 교역 ‘히리(Hiri)’가 있다.

이러한 전통적 해양 교역망과 더불어 이들의 삶을 지탱해 온 또 다른 교환의 축은 바로 ‘돼지’다. 파푸아뉴기니 역사에서 돼지는 부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절대적인 척도였다. 지금도 돼지는 가축이나 식량의 의미를 넘어 인간의 노동력이 투입된 인격적 대체물로 여겨진다. 대규모 축제에서는 부족 간 충돌의 배상물로 쓰여 정치적 권력과 사회적 위계를 형성하는 재화 역할을 한다.

조개화폐와 돼지는 오늘날에도 실질적 구속력을 지닌 가치재로 존재한다. 결혼에 앞서 많은 지역에서 신랑 측은 현대 통화인 키나(Kina)와 함께 전통 조개화폐와 돼지, 그리고 쌀과 밀가루, 커피와 같은 상품을 ‘신부대(Bride Wealth)’로 신부 측에 건넨다. 흥미로운 점은 조개화폐의 가치가 현대 통화처럼 고정되지 않고, 교환 당사자들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한편 돼지는 조개화폐와는 전혀 다른 층위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대규모 의례와 잔치를 성사시키는 필수 요소로서, 추장이나 부족 리더인 빅맨(Big man)이 이를 분배하는 과정은 공동체 내부의 권력과 위계를 가시화한다.

현대에 이르러 도시화와 시장 경제로의 편입은 이 오래된 교환 체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람들은 키나를 벌기 위해 노동하고 상품을 매매한다. 그 결과 과거 쿨라나 히리가 지녔던 호혜와 상호주의적 연대의 의미는 상당히 옅어졌다. 그럼에도 결혼식 같은 중요한 의례의 핵심 순간에는 여전히 ‘조개화폐’와 ‘돼지’가 실질적인 가치재로 인식된다. 전통과 현대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파푸아뉴기니의 복합적인 교환 체계와 그들의 해양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바로 올해 국립해양박물관이 파푸아뉴기니의 바다와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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