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쓰고 가는 핸드백은 짝퉁이고
품속에 안고 가는 가방은 명품이지
갑자기 비 내리는 날
진품 명품 드러난다
가슴에 새겨둔 명품 같은 이름 하나
비 오는 창가에 앉아 가만히 불러본다
따스한 온기 퍼진다
진품임이 분명하다
비가 내리면 차분해지고 보이지 않던 것이 잘 보인다. 그럴 때는 추억 속에 가라앉아 있던 것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설 때가 있다. 시인은 가슴 속 깊숙이 넣어둔 진품을 말하기 위해 먼저 가방을 끌어다 놓았다. 비 올 때 젖지 않게 머리에 쓴 가방은 짝퉁. 가방이 젖지 않게 가슴에 안는 건 진품. 짝퉁과 진품을 가리는 방법은 비 내릴 때 우산이 없어야 드러나는 것인가 보다. 재미있는 구별법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진품 한 사람쯤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남편은 남편이고 아내는 아내일 뿐. 추억 속 진품이 여전히 명품이라면 그건 어떤 사람일까? 어릴 적 첫사랑 감정을 느꼈던 그 아이일까? 이성에 눈뜬 학창시절 그 아이일까? 아니면 큰 감동을 준 착한 어떤 분일까? 오늘은 비가 내리든 말든 잠시 옛날 진품을 한 번 생각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