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 믹스커피 제공
|
“부산은 이대로 주저앉을 만큼 연약한 도시가 아니다. 낡은 제조업이 떠나간 빈자리를, 천혜의 자연환경인 바다와 관광 산업으로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부산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특유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 준다. 과거의 바다가 무거운 화물을 실어 나르며 땀 흘리던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었다면, 오늘날의 바다는 문화를 소비하고 여유로운 여가를 즐기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그 성격을 완전히 바꿨다.”
도시연구소의 ‘도시 인문학 수업’은 대한민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 부산을 첫 장에 다루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라고 해서 부산을 일러 ‘노인과 바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걱정도 되고 씁쓸한 말이다. 이 책에서 부산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걸 보니, “부산이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되는가?”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저자 이름에 놓인 ‘도시연구소’는 도시를 역사학자의 눈과 다큐멘터리 작가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22만 구독자, 1억2000만 뷰의 유튜브 인기 채널이다. ‘도시 인문학 수업’을 첫 책으로 내놓았다.
도시는 한 시대의 경제와 산업, 사람들의 삶과 욕망이 켜켜이 쌓여 있는 거대한 문명이다. 어떤 도시는 끊임없이 사람이 몰려들며 성장하고, 어떤 도시는 한때의 번영을 뒤로한 채 쇠퇴한다. 그렇다면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대한민국 30개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가르는 조건을 추적한다. 서울이 어떻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도시가 되었는지, 부산 대구 인천 같은 광역시는 서로 다른 산업과 인구 구조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본다. 이어 울산 수원 성남 용인 화성 평택처럼 기업과 산업이 도시의 운명을 바꾼 사례부터 창원 구미 전주 거제처럼 산업의 변화 앞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도시까지 폭넓게 다룬다.
도시 이름은 익숙하지만, 사실은 그곳이 어떤 도시인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30개 도시를 한곳씩 돌아보는 기분도 든다. 책은 도시의 현재보다 도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인구가 늘고 있는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산업의 경쟁력은 지속될 수 있는가, 사람이 모이면서 다시 도시의 활력이 커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익숙했던 도시의 풍경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할 곳은 단순히 지금 살기 편한 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일자리가 모이고 그 힘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도시다.
도시를 읽는 것은 부동산 가격표 너머,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미래를 읽는 새로운 인문학 수업이다. 대한민국 30개 도시의 이야기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그 도시는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문장에서 ‘도시’를 ‘부산’으로 바꾸어 읽어본다. 부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