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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용 대형 엔진이 제작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1위의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로 조선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
배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철강재와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는 엔진, 성능 및 내구성 향상에 필수적인 도료 생산은 오늘의 조선대국을 있게 한 중요한 전방산업이다. 국내의 주요 조선소들은 강재 등 원재료와 뛰어난 기술을 결합해 1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과 최첨단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건조하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 전방산업 업체는 주로 울산과 창원 등지에 들어서 부산과 울산 거제지역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철강산업이 조선대국 이끌어='모든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한국 철강산업을 개척하고 선도하며 다른 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조선에는 절대적이다. 선박 1척 건조비용에서 강재 비용이 45%를 차지할 정도다. 1968년 설립된 포항제철은 1973년 포항 영일만에서 국내 최초로 조강 생산능력 130만t 규모의 1기 고로 설비를 준공하면서 철강강국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어 1985년에는 광양만에 제철소를 건립하고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선공법인 파이넥스 공법과 생산공정을 대폭 단축하는 스트립 캐스팅 기술을 개발, 2001년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했다. 주요 업체들의 합병으로 올해에는 순위가 4위에 머물렀지만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세계 1위 탈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조선소들은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후판을 대부분 포스코와 포항의 동국제강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부족한 물량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안정적인 조강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들이 이들 업체로부터 적기에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엔진·도료도 조선강국 앞당겨=선박을 운항하는 주 기관으로 꼽히는 엔진. 정밀한 설계와 생산기술로만 제작할 수 있는 핵심부품이다. 엔진 국산화에 나선 업체는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국내 조선소들은 대부분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에서 엔진을 납품받아 선박건조에 사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 사업본부를 설치한 뒤 지난 1978년 선박용 대형엔진과 발전용 엔진 제작에 성공한 이래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메이커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엔진 1호기 생산이후 26년 만에 80~100년 역사를 가진 유럽과 일본 업체를 앞서게 됐다.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연간 대형엔진 200여대, 중형엔진 800여대, 크랭크 샤프트, 프로펠러 등을 생산하며 세계 엔진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엔진은 선박 건조가격의 10%에 이르는 고가이며, 제작 기간만도 10~12개월이 소요된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세계 최대 10만4000만 마력 엔진을 제작하는 등 연간 1000만 마력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20~25%를 유지하며 조선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는 14기통 짜리 11만6000 마력의 엔진을 생산한다는 계획아래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도료의 중요성도 선박 건조에 빼놓을 수 없다. 선박용 도료 생산업체로는 KCC와 IPK 및 주고꾸 삼화페인트가 대표적이다. 30만t급 유조선의 경우 도료를 5~7번 칠해야 하며, 선가의 2%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도료는 선박의 운항속도 향상과 손상 방지 기능을 한다. 선박의 경우 물과 닿는 부위에 미생물 등이 붙으면 속도가 떨어져 기름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 붙지 못하면서 자연 생태계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첨단 도료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기 위해서는 건조기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의식·기술축적, 中추격 허용않을 것"
- 유승남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전무
'선박용 엔진 생산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유승남(56·사진) 전무는 엔진 생산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는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엔진을 설계하는데 23년을 보냈고 생산 관리부문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1970년대와 2006년 현대중공업의 엔진 생산능력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제는 10만 마력 이상의 거대 엔진을 제작하며 생산규모에서 일본 업체들을 따돌렸고 생산성과 기술에서도 대등한 위치에 올라 있어 가슴 뿌듯합니다."
지나온 세월을 간략하게 표현한 유 전무는 "엄청난 출력을 내야 하고 고온이나 강한 진동에도 견딜 수 있는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금강 등 소재산업의 발전과 정밀 가공능력을 가진 숙련된 인력이 합쳐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이 같은 조건을 착실히 갖춰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용 발전기 엔진을 독자 생산하고 있으나 주 엔진은 여전히 외국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 엔진 설계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스위스 바찔라사(옛 슐츠사)와 덴마크의 만사(옛 B&W사)이다. 이들 업체는 초기에는 엔진을 제작해 판매했으나 조선공업이 유럽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전됨에 따라 경쟁력을 잃어 이제는 마력당 로열티만 받고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75년과 1976년 이들 회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 설계 기술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미쓰이나 히다치사 등도 유럽 업체들로부터 설계 기술을 구매하고 있다.
"설계 도면을 유럽에서 사오고 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설계실에서 뭐 하느냐. 우리 엔진은 언제 만드느 냐는 아우성이 빗발쳤어요. 국산화 요구가 거셌던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후 밤잠을 설쳐 가며 연구개발에 전념, 이제는 국산화율을 95%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주 엔진의 설계 및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으나 유럽업체 제품을 써 달라는 선주들의 요구로 시장 진입이 여의치 않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빠른 시일내에 주 엔진을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해 선박에 장착하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전무는 "현대중공업의 최대 강점은 주물 단조 가공 조립 등의 일괄 생산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서 다른 업체들을 앞서고 있다"며 "주엔진, 발전소 엔진과 프로펠러 및 축을 포함한 패키지 영업이 가능한 점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 대형화에 따른 준비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게 유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생산능력으로 봐서 14만~15만마력까지 가능한 만큼 1만2000TEU급 선박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배가 커지면 주 엔진 2개를 붙여야 해 선박의 폭이 넓어지는 등 선형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추격과 관련, 유 전무는 "설계 도면은 사오면 되고 자금만 풍부하면 초대형 설비 구축도 어렵지 않아 중국도 조만간 거대 엔진 생산체제를 갖출 것"이라며 "그러나 직원들의 의식과 기술 축적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품질, 납기, 가격에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