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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외항 묘박지에 정박해 있는 외항선들. 이들 선박은 통과선박 제도를 이용, 이 곳에서 급유나 수리 및 선용품 공급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급유시장 활성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부산항의 연간 급유량은 2005년 기준 531만2000t으로 싱가포르의 2356만7000t(2003년 기준)의 22.5%에 불과하다. 해양수산부는 급유물량 증대를 위해 통과선박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기름값과 독과점 상태인 정유사들로 인해 부산항에서는 필요한 양만큼의 기름만 넣고 있다.
부산항을 지나는 선박들은 통과선박 제도를 통해 급유 수리 선용품 공급 및 선원교대 등을 하고 48시간 이내에 출항하면 선박 입출항료와 정박료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통과선박 입항의 주목적이 급유인데 비해 기름값은 상대적으로 비싸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유기지 확충 필요하다=부산항에서 선박에 공급되는 기름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저유기지 확충이 필수적이다. 북항에는 영도구 청학동과 남구 감만동 용당동 등 4곳에 저유기지가 있으나 저장용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충분한 용량의 저유기지가 설치되면 여름철 남아도는 선박용 기름과 외국에서 싼 기름을 구입해 저장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들 저유소의 저장 능력은 9000여t에 그쳐 여름철에는 정유사들이 벙커 C유 등을 수요가 많은 중국 등지에 팔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항만공사(BPA)는 항만 이용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항내 5만 평에 북항의 시설용량보다 약 20배 가량 많은 20만t 용량 규모의 저유시설을 건립할 방침이다.
이 시설이 들어설 위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결과가 나오면 확정될 예정이다. BPA는 오는 2011년까지 신항에 저유기지를 설치하고 유류시장을 형성하는 중계기지 건립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유사 기름값 낮춰라=선사들이 급유장소로 부산항을 기피하고 싱가포르를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기름값 때문이다. 선박용 유류는 대부분 벙커 C유와 경유가 사용되고 있다. 벙커 C유의 경우 2005년 12월 기준 부산항의t당 가격은 293달러이지만 싱가포르항은 291달러에 그치고 있다. 경유는 싱가포르가 t당 465달러이지만 부산항은 497달러로 7% 가량 비싸다. 싱가포르는 원유 생산지인 중동과 가까워 부산항보다 t당 4달러 싼 기름을 공급받는다. 반면 부산항은 울산 여수 인천 등지의 정유공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t당 3~6달러의 이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에는 수십 개의 유류 공급업체가 영업하고 있어 수요자에게 유리하지만 국내에서 LG 현대 등 4대 정유사가 독점하고 있다.
부산 해양수산청은 그동안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정유사들에게 기름값 인하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항만물류업계는 국내 정유사들이 독과점식 영업을 하면서 유류 공급가를 사실상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에 유류 공급업체들이 외항선에 저렴한 가격으로 급유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상 저유기지 검토를=항만업계에서는 남외항에 대형 유조선을 이용한 저유기지 설치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싱가포르항에는 30만t 규모 4척의 선박이 해상 저유기지로 이용되고 있다. 이 같은 시설이 설치되면 저유 시설비가 저렴하고 기름의 혼합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부산항을 통과하는 선박의 80% 가량이 급유를 받기 위해 부산항에 들어오는만큼 남외항에서 직접 기름을 공급하게 되면 그만큼 기름가격의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해상오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이뤄진 뒤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형 태풍이 내습하지 않아 유조선을 통한 저유 기지가 가능하지만 부산항은 여름철 기상악화에 따른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박운항 비용 가운데 가장 많이 드는 유류비가 싸지면 부산항을 찾는 선박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선박수리와 선용품 공급 및 선원교대도 덩달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