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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사진 왼쪽)과 부산지역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각종 조선기자재. |
부산과 울산 거제 등지의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제철 기계 화학산업이 앞쪽에서 이끌고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기자재 업체들이 뒤를 밀고 있다. 이른바 조선소와 전후방 산업이 삼각 편대를 구축하며 우리 나라를 세계 최정상의 조선대국에 오르게 한 것이다. 조선 기자재는 선박의 건조와 수리에 사용되는 모든 기계와 원자재를 총칭한다. 기자재 업체들은 항해 조타장치 하역장비 어로장비 등을 생산해 조선소에 공급하고 있다. 선박에는 약 10만 개 가량의 부품이 들어간다. 자동차의 3만 개보다 3배 가량 많다. 또 블록의 대형화로 인해 무거운 제품이 늘어나고 첨단 선박의 건조가 활발해짐에 따라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부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산은 조선기자재 메카=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국내 대형 조선소 주변인 부산과 울산 거제지역에 밀집해 있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 협동조합에 따르면 부산지역 조선 기자재 업체는 2005년 말 기준 330여개 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160여개 사가 녹산산업단지에 입주해 있고 나머지는 신평과 장림공단 등지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조선 전업률 30~50%, 연 매출 규모가 30억 원 이상되는 업체들이다. 경남지역에도 100여개 사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부산 경남지역에는 전국(540여개사)의 80%에 해당하는 업체가 집중돼 있다. 또 부산에는 선박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500~600여개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지역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총 매출액과 종사자수는 2005년 말 기준 각각 1조8320억 원과 3만3000명으로 전국 매출액(4조5980억 원)과 종사자(6만6000명)의 40%와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부산의 효자산업으로 자리잡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조선 기자재 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선박에 대한 산업분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업체들의 숫자나 매출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조선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이 표준산업분류를 주도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선박에 대한 자세한 분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양전기는 선박에 들어가는 장비를 생산하는 100% 조선기자재 업체이지만 업종 분류상으로는 전기 전자로 잡혀 있다.
▲우수한 기술력 입증=부산에는 내로라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즐비하다. 데크 하우스(선원 주거공간)를 생산하는 오리엔탈 정공을 비롯해 동화엔텍(열 교환기) 동남정공(배관설비) 해덕산기(조타기) 성일SIM(파이프) BIP(내장재) 스타코(내장재) NK(소방설비) 현진소재(선박용 엔진부품)는 조선소와 선주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데크 하우스를 제작한 오리엔탈 정공은 연간 70척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엔텍은 1980년 회사 설립이후 열교환기 제조업체로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국내 6대 조선소와 3대 엔진메이커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고품질 전략으로 일본과 동남아 조선소에도 직수출하고 있다.
선박 부품은 다품종 소량 주문방식으로 생산되고 선박이라는 특수한 여건에서 작동되는 부품인 만큼 내구성 내식성 안정성에서 국제적으로 엄격한 품질인증을 받아야 한다. IMO(국제해사기구)가 제정한 국제협약인 SOLAS(해상인명 안전협정)와 MARPOL(해양오염 방지협약)이 요구하는 품질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각국 선급협회의 검사를 통과한 합격품만이 기자재로 사용될 수 있다. 지역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국제 품질기준에 부합하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기자재의 국산화율에서도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입증되고 있다. 전체 조선기자재의 국산화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이 50%선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국제적으로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선주들이 지정한 품목을 제외하면 탱커 컨테이너선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자재가 국산화되고 있다.
# "생산공간 확보로 성장 뒷받침 해야"
- 최병국 조선기자재공업 협동조합 상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공간 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장소가 없어서 늘어나는 건조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부산 조선기자재공업 협동조합의 최병국(54·사진) 상무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업계의 현안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박 부품은 통상 4~6개월간의 제작기간이 필요하고 자동화가 힘들다.
이 때문에 기자재 업체들은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지만 공장 확장이 쉽지 않아 추가 생산마저 기피하고 있다. 녹산산단에 입주한 기자재 업체들은 5년 전 신평 장림공단에서 공장 부지를 2~3배 가량 넓혀 이전해 왔으나 부지난은 여전하다. 대다수 업체들이 사내에 원자재나 완제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외부에 보내거나 지트(just in time) 시스템을 도입, 원자재와 생산된 제품을 그때 그때 반출입하고 있다.
부지난 해소를 위해 조합측은 산업자원부와 부산시의 도움을 받아 녹산산단내 5000여 평에 공동 물류센터를 건립해 다음달부터 운영한다. 이 곳에는 창고와 사무동 및 옥외 적치장이 들어선다.
조합측은 이 센터에서 각종 조선 기자재를 보관하고 납기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배송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할 예정이다.
최 상무는 "공동 물류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업체들의 생산공간 확보 문제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제자유구역내 미음지구 20만 평이 기자재 업체들에게 배정되면 향후 계획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 이기주의로 비칠까봐 조선기자재 전용공단 조성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부산경제의 활성화와 업체들의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서는 미음지구내 부지 확보가 조기에 확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인력 확보도 업체들이 안고 있는 애로사항 중의 하나다. 부지를 넓히기 위해 김해나 정관 등지의 외곽으로 이전하는 업체들은 용접공 등 필요한 기능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이 굴뚝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우수한 기능공이 모이지 않고 기존 인력마저 외곽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선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도 업계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탱커와 컨테이너선을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 업체들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석유시추선 및 크루즈선의 핵심 기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이 이들 선박에 필요한 부품의 국산화를 생각하고 있으나 수주받은 물량 생산에 급급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가 새로운 연구센터 건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선소들은 LNG선과 석유시추선을 만들고 있으나 국내 조선 5개사의 국산화율은 각각 65~70%와 30~50%선에 그치고 있다. 이어 최 상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요트에 필요한 부품 생산이 활발하지 못해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양레저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 부문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부품 국산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