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육상건조 공법으로 대형 선박을 제작하고 있다. |
국내 조선업체들은 끊임 없는 신공법 개발을 통해 선박 건조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배는 전통적으로 독(Dock)에서만 만들어졌다. 독은 배를 지은 뒤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대규모 웅덩이로, 독의 규모와 수는 조선소의 건조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만큼 선박 건조의 필수 요건이었다. 하지만 독이 아닌 맨땅에서 배를 제작해 바다로 내보내고 협소한 부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물속(?)에서 용접하는 공법이 잇따라 개발됐다. 또 과거에는 100여개 안팎의 블록으로 선박을 조립했으나 이제는 8~15개의 거대블록만으로 배를 지을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첨단공법 덕분에 우리 업체들의 작업장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블록은 선수에서부터 선미까지 선박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각각의 선체를 말한다. 국내 조선소들은 이 같은 신공법을 적용해 건조 기간 단축과 생산효율 극대화를 달성하며 우리나라를 세계 조선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
|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에서 댐(DAM)공법으로 독의 길이보다 긴 대형 컨테이너선을 짓고 있다. |
▲육상건조 공법 첫 시도 =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육상에서 대형 선박을 짓겠다고 했을 때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2004년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독없이 육상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한 뒤 레일을 동원, 가로로 밀어 진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육상 총조립 공법을 적용, 2004년 10월 러시아 노보쉽(Novoship)사의 10만5000t급 원유운반선을 진수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건조 능력이 독의 제한에서 벗어나 획기적으로 확대됐으며, 더 빠르고 안전하게 작업공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 업체가 독 없이 맨땅에서 선박을 만든 지 2년 만에 총 10척, 100만 톤(DWT) 건조 기록을 수립했다. 또 독 없이 배를 만들면서 처음에는 선체 제작에 85일 가량 걸렸으나 최근에는 독에서 제작하는 수준인 55일로 단축했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16척의 선박을 독 없이 건조하기 위해 작업장 추가 건설과 크레인 레일 연장 등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
| STX조선이 육상에서 SLS공법으로 배를 건조하고 있다. |
▲수중(?)에서 용접한다 = 한국 조선업의 선두주자인 한진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초대형 선행 탑재블록(GPE Block)을 해상 크레인을 이용한 스키드(SKID) 공법으로 탑재함으로써 독 건조기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개념의 선박건조 기술을 개발,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반을 마련했다. GPE Block SKID 탑재 공법은 2000~3000t 중량의 초대형 선행탑재 블록(GPE Block)을 제작하고 이를 해상크레인으로 독에 옮긴 후 스키딩(SKIDDING) 방식에 의해 탑재하는 것이다. 이 공법은 크레인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선박 건조공정의 핵심인 독내 탑재 공기를 대폭 줄여 건조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조선소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댐 공법(수중접합 선박건조)은 한진중공업이 자랑하는 혁신적인 생산기법이다. 이는 독내에서 독내 탑재가 가능한 길이만큼 선박을 진수한 뒤 초과하는 부분을 육상에서 만들어 '댐(DAM·수중 용접을 위한 물막이 구조물)'을 이용, 수중에서 선박을 연결해 완성하는 공법이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독 길이의 제한에서 벗어나 81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은 물론 1만TEU급 컨테이너선까지 건조할 수 있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이들 공법을 적용해 독내 건조기간을 2000년보다 한달이나 줄어든 1.5개월 수준으로 단축시켜 나갈 계획이다.
 |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해상크레인이 메가블록을 탑재하고 있다. |
▲화물창 총조립 탑재공법 =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선박인 20만㎥급의 라지 LNG(LLNG)선을 제작하고 있다. 이 선박은 기존의 일반형인 LNG선(13만8000~15만㎥급)과는 달리 가스를 싣는 화물창이 5개(기존 4개)다. LNG선 작업중 가장 어려운 공정인 화물창 공사를 위해 기존에는 독에서 선체 조립과 함께 화물창 조립공사를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용량이 커진 LLNG선의 건조 효율을 높이기 위해 10층 높이의 화물창 전용 시스템 발판을 육상에서 조립해 용골 배치때(하부의 이중선체로 된 대형블록) 함께 얹어 해상 크레인으로 탑재하는 화물창 총조립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형태의 공법을 적용하면서 드라이 독이 아닌 부유식 플로팅 독에서 시도하고 있다. 고정된 드라이 독이 아니라 물위에 떠있는 플로팅 독에서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접에 의한 변형이나 블록간의 단차(정도)를 고려한 세심한 작업관리와 기술이 요구된다. 이런 방법은 대규모의 시설 투자비가 들어가는 전용 드라이 독을 건설하지 않고 다른 선종과의 간섭을 피하면서 배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이 선박에 탑재되는 발판을 자체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다. 예전에는 이 발판도 일본 이태리 프랑스의 설계도면과 기술을 빌려 만들었다.
 |
| 대우조선해양이 화물창 총조립공법을 통해 LNG선 화물창을 탑재하고 있다. |
▲메가블록공법 보편화 =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메가블록을 플로팅 도크로 탑재하는 신공법을 선보였다. 과거에는 독으로 옮길 수 있는 크레인 능력이 최대 500t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선박 1척을 건조하는데 많은 블록을 독으로 이동시켜 작업해야만 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기존의 블록보다 5~6배나 큰 2500t 이상의 초대형으로 조립한 뒤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독안으로 이동시키는 메가블록(Mega Block)방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건조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10만 t급 유조선 1척을 짓는데 들어가는 블록이 이전에는 90여개에 달했으나 메가블록 공법으로는 단지 10개만이 필요해 3개월 정도 걸리던 독내 건조기간을 1.5개월 정도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지상에서 배관 배선은 물론 의장과 도장작업까지 완벽하게 끝낸후 다음 공정으로 넘겨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정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밀려드는 선박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메가블록 공법을 발전시킨 기가블록(Giga Block) 공법을 오는 2008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공법이 적용되면 5000t 규모인 블록 5개만으로 선박 1척이 만들어진다. 또 2010년 께에는 블록 2~3개로 배 1척을 만드는 테라(Tera)공법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SLS(Skid Launching System) 공법 = STX 조선은 세미탠덤(Semi Tandem) 방식과 SLS(Skid Launching System) 공법을 개발해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배를 만들고 있다. 이 업체는 생산성과 공간 활용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하나의 독에서 4척의 배를 건조한 뒤 먼저 만들어진 2척의 배를 진수하는 방식으로 독의 회전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공법을 적용, STX조선은 올해 하나의 독에서 전년보다 3척이 늘어난 27척의 선박을 진수시킬 계획이다. 또 올해 특허를 획득한 SLS 공법은 STX조선의 대표적인 선박건조공법이다. 이 공법은 선박을 육상에서 만든 뒤 대차(RAIL) 위에 블록을 탑재하여 유압 기기를 사용, 완성된 선박을 세로로 이동시킨 뒤 바지선으로 바다에 띄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독이 필요없어 비용이 절감되고 시설 구축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이 업체는 2005년 6척에 이어 올해에는 12척을 육상에서 건조하고 내년에는 14척으로 늘릴 예정이다.
조선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들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경쟁력 제고와 생산량 증대를 위한 신공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면서 "육상건조와 플로팅 독 및 해상크레인을 이용한 대형 선박 건조는 국내에서 보편화된 기술로 정착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