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첨단 드릴쉽(심해 원유시추 탐사선). |
국내 조선산업이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1등 전략의 수립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형 선박의 개발과 건조가 0순위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을 더욱 심화시켜야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 선박시대 열린다=미래 신개념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조선과 해양의 개념이 혼합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설비)는 척당 가격이 1조 원에 달하는 고가선박이다. 국내 업체들은 에너지가 원유에서 청정 에너지인 천연가스로 옮겨짐에 따라 원유가 아닌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고 공급할 수 있는 선박 건조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선박은 향후 조선업계의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RV(재기화 설비를 갖춘 LNG선)를 만들어 선가를 높이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이와 비슷한 SRV LNG선을 최근 노르웨이의 레이프 호그사로부터 2척을 수주받았다. 통상 LNG선의 척당 가격이 2억 달러에 이르지만 LNG-RV선은 2억5000~2억8000달러에 달한다. LNG-RV선은 천연가스를 액화된 상태로 실어 나르는 기존 LNG선과 달리 목적지 근처 해상에 정박해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하는 신개념 선박이다. LNG-RV선은 육상에 LNG 터미널을 건설할 때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테러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고 폭발 사고시에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최근 미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또 국내 조선소들은 LNG-FPSO와 LNG-FSRU(Floating Storage & Regasification Unit) 및 CNG(압축천연가스) 운반선 등 최첨단 가스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LNG-FSRU는 가스 공급 지역의 해상에 떠 있으면서 기화시켜 육상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해양플랜트 설비이다. 일종의 해상가스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CNG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집중해 기본 설계를 마치고 수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선박은 기존 LNG과 달리 기체 상태로 운송해 소비처에서 곧바로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최첨단 해양설비가 블루오션=조선소들은 단순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 건조에서 벗어나 해양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해양 설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드릴쉽(drillship·심해 원유시추 탐사선)이다. 이 선박은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지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를 발굴하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이다. 심해에서의 시추능력은 물론 선박의 기동성까지 겸비한 고부가가치선으로서 최근 고유가에 따라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해양 분야의 대표적인 신성장 엔진이다. 올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쉽은 30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 4척에 해당하는 초고가이며, 해수면에서 해저 1만1000m까지 파내려 갈 수 있는 최첨단 선박이다. 드릴십은 드릴링 리그(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선보다 이동성이 뛰어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 선박에 대한 기술 개발을 선도함으로써 경쟁대상 조선소가 없을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발주된 7척 가운데 6척을 수주했다.
쇄빙선과 대형 컨테이너선도 우리 조선소들이 중점 공략해야 할 고부가가치선박으로 떠오르고 있다. 쇄빙 Tanker는 얼음을 부수며 운항할 수 있는 기술을 선점하여 겨울철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소는 이 부문에 대한 기본 설계를 완료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조선소들은 많은 중형 컨테이너선의 건조실적으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으로 확대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이미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문받아 건조에 들어갔으며, 다른 조선소들도 초대형 컨테이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등의 후발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짓기 어려우면서 고가의 선박을 경쟁력 있게 건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장비 국산화로 경쟁력 확보해야"
- 현대중공업 설계 부문 하경진 이사
"선박을 짓는데 필요한 고난도의 기술과 우수한 인력으로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 성장했지만 향후 신선종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1위를 지키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설계 부문 하경진(사진·53) 이사는 우리의 1위 수성전략을 이같이 간단하게 밝힌 뒤 "화물의 컨테이너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물동량이 급증함에 따라 선박 수요는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고유가로 인해 청정 에너지가 부각되면서 선박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중공업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있는 하 이사는 선박 설계 등을 담당하며 우리나라 조선공업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는 배테랑 조선인이다. 중국 일본의 추격이 빨라짐에 따라 세계 조선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하 이사는 "첨단 선박의 건조 없이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지위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인식아래 국내 조선소들은 탱커 등의 저부가가치선에서 탈피해 가스선박 등의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CNG 운반선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선박의 가스 저장방법은 기존 선박과 다르다. LNG선은 둥글거나 네모난 화물창에 가스를 액체상태로 저장하지만 CNG선은 LPG통과 같은 실린더 형태의 수많은 탱크에 고압의 기체 상태로 가스를 저장한다.
하 이사는 "CNG선을 운항할 경우 가스 운송에 있어서 단가가 적게 들고 선박 건조 공기를 단축할 수 있으며, 소비처에서 기화시키는데 따른 대규모 부대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며 "특히 소규모 가스 매장량이 있는 전 세계 70%에 이르는 지역에서 CNG선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상 플랜트 설비를 경제성 있게 제작하고 군함과 쇄빙선 건조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드릴 쉽의 국산화율은 55~60%에 이른다. 일반 상선의 95%에 비하면 국산화율이 아주 낮은 실정이다. 이는 이 선박의 핵심장비인 드릴장비를 다국적 기업인 NOV사와 MH사로부터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 이사는 "해상플랜트 설비 건조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 장비의 국산화율을 점차 높여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 부문의 기술력을 배양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업체들의 중점 공략대상 선박으로 추운 지방에서 두꺼운 얼음을 깨고 운항할 수 있는 쇄빙선과 크루즈선(호화 여객선)을 꼽았다.
하 이사는 "크루즈선은 건축과 조선이 혼합된 선박이어서 우리 업체들이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와 관련 기자재 업체들의 동반 성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