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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부산항 2부두에 입항한 중형급 크루즈선인 '실버 섀도우'호. |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국으로 성장했지만 크루즈(호화유람선)선 시장에서는 유럽국가나 일본에 훨씬 뒤처져 있다.
크루즈선은 우리에게는 조선의 '블루오션'으로 불릴 만큼 미래의 공략대상 선종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소들은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으나 근해를 오가는 카페리 여객선 건조에 그치고 있다.
유럽에 있는 조선소들이 이 시장만은 한국에 내줄 수 없다며 기술유출 방지와 진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소들은 이 배의 건조시기를 오는 2010년께로 잡고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시장 현황=크루즈선은 '바다에 떠 있는 호텔'로 불리는 선박이다. 해상 여행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건조된 여객선의 최고봉이다. 외관은 물론 내부 시설도 호화스럽기 그지 없다. 이 배를 활발하게 짓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다. 크루즈선은 주로 미국 회사가 발주하고 유럽국가가 건조한다. 크루즈선은 지난 2004년 15척, 2004년 12척, 2006년 15척이 발주됐다.
2006년 10월 말까지 발주된 크루즈선 물량(GT·총톤수)을 기준으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가 15척을 수주해 세계 시장의 36%를 점유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독일 메이어 베르프트사와 핀란드 아커 조선소가 각각 11척(26%)를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커 조선소는 올들어 프랑스 애틀란틱 조선소를 사들여 몸집을 키웠다. 이들 3사가 세계 크루즈선 시장의 86%를 차지했다.
조선 강국인 일본도 크루즈선 건조경험을 갖고 있다. 미쯔비시 중공업은 1990년 4만8000t급 '크리스탈 하모니호'를 건조해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1991년에는 3만t급 '아스카호'를 지었으며, 2003년에는 11만3000t급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건조해 동양에서도 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쯔비시 중공업은 당시 이 배를 건조하면서 화재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지만 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유럽 조선소에 과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크루즈선을 한 척도 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크루즈선 전 단계인 카페리 여객선을 지어 건조 능력을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삼성중공업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2만8000t급 여객선 '미노안호' 3척과 3만6000t급 '모포크호' 등 6척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했으며, 또 다른 여객선 수주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1994년부터 쾌속 여객선인 '로얄페리호'를 시작으로 '레저 아일랜드' 등 모두 5척을 건조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수영장 아트리움 등이 갖춰진 세미 크루즈선인 '모비 원더호'를 지난 2001년 건조해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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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미 크루즈선 '모비원더'호. |
▲크루즈선을 지으려면=우리나라가 크루즈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생산기법이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크루즈선의 경우 거친 바다에서도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는 안락함을 가질 수 있는 추진 설비와 인테리어 기술을 확보해야 건조가 가능하다.
10만t급 이상 대형선에는 승객과 승무원이 거주하는 수천 개의 선실(캐빈)과 카지노, 수영장, 극장, 레스토랑, 쇼핑 아케이드, 아이스 링크, 미니 골프장, 게임룸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에 따라 인테리어를 호화스럽고 안락하게 꾸밀 수 있는 설계와 시공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선주들은 자사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시설 배치와 인테리어 자재 및 색깔 등을 요구한다.
선사들은 대부분 인테리어 전문가들을 통해 전체적인 선박 컨셉을 잡아주고 조선소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본 및 상세설계를 한 뒤 선박을 건조한다.
크루즈선은 가벼운 철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용접기술이 필요하다. 철판 두께가 일반 상선에 쓰이는 후판(7~100㎜)보다 얇은 5~6㎜에 불과해 용접시 변형 가능성이 컨테이너선보다 훨씬 높다.
또 인테리어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이 상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크루즈선을 건조하려면 관련 기자재 업체들의 육성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BIP와 신성 및 바찔라 캐빈사가 선실을 제작하고 있다.
선주들의 요구와 납기를 맞추려면 완벽한 자재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건조 공수(시간)를 적게 투입할 수 있는 최적화 공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박판 용접기술 △원활한 인테리어 자재 공급 △전선 케이블 파이프 등을 완벽하게 연결할 수 있는 커미셔닝(임무수행) 작업 △냉난방 기능을 하는 공기조화시스템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추진 시스템(FOD 시스템) △깔끔한 마무리 시공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 삼성중공업 장학수 부장
- 카페리로 경험 쌓아 크루즈 도전
- 승객 편안함· 안전성 우선
- 선박내 시설 배치도 중요
"여객선의 백미로 꼽히는 크루즈선을 내손으로 만들기 위해 힘껏 노력하고 있어 유럽 조선소들의 마지막 보루로 알려진 크루즈선이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여객선 사업팀의 장학수(47·사진) 부장은 회사 내에서 여객선 건조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크루즈선 건조에 자신감을 보이며 사원들과 함께 최고 품질을 가진 크루즈선을 경제적으로 짓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소 가운데 크루즈선 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크루즈선을 짓지 못한 것은 기술과 관련 기자재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지만 밀려드는 일반 상선들의 건조에 매달려 있는 것도 한 가지 요인이 된다고 봅니다. 컨테이너선과 LNG선 주문이 늘어나다 보니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크루즈선 사업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고 있는 것이죠."
장 부장은 "크루즈선은 일반 상선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거주하는 선실(캐빈)은 옆방 소음이 없어야 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야 한다. 또 물보라를 적게 일으켜 선박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빨리 갈 수 있는 추진 시스템 개발도 필수과제에 속한다.
그는 "레이저로 철판을 절단하고 용접하면 돈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리지만 철판의 변형이 심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얇은 판이 주로 쓰이는 크루즈선 건조에 레이저 용접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고 유럽 조선소들도 대부분 이 같은 방법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의의 사고시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는 설비와 음식물 공급이나 화물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선박내 시설 배치도 크루즈선 제작에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유럽국가와 크루즈선 제작에서 경쟁하려면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고 호화스러운 선박을 제작해야 하는 만큼 자재의 경량화와 인테리어 전문가 양성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 기자재 생산업체들이 선박 건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인테리어 자재는 크루즈선 제작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자재 업체들은 대부분 일반 상선에 필요한 기자재를 제작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이 크루즈선 기자재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장 부장은 "크루즈 운항선사들로부터 수주를 받으려면 건조 경험이 필수적인 점을 감안, 이 선박의 전 단계인 카페리선을 집중적으로 지어 기술 축적과 관련 산업 발달을 이끌고 있다"면서 "정부와 업체 및 대학들이 크루즈선 건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서고 기자재 업체들도 EU(유럽연합) 기준을 통과한 인테리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