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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의 한 냉동창고에서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이 러시아산 명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국제신문 자료사진 |
수산업이 발전하려면 무계획적인 잡는 어업에서 생산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관리어업이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수산업은 산업 특성상 투기성과 비탄력성이 강하고 가격 등락이 심하다. 또 새로운 어구어법으로 무장한 업체들의 남획으로 인해 어자원 고갈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정이윤을 추구하는 양질의 시중자금을 수산업에 끌어들여 유통업이 어업 생산량을 통제하는 시대로 바뀌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다같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양질의 유통자본 필요하다=부산지역 수산업의 경우 생산과 유통기능이 겉돌고 있다. 생산자인 어업인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시장에 내놓고 영세 유통업체들은 전국에 공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같은 유통구조아래서는 가격 등락 폭이 커지고 생산량 조절이 제대로 안돼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최근 서해안에서 전어 양식이 본격화되면서 산지 가격은 지난해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정부는 생산자인 어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어 먹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의 임시 방편책 마련에 급급하고 있다.
수산업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려면 시중자금이 펀드 등을 통해 수산업에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 자금이 수산업 경영에 사용되면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적정한 시장가격을 유지시킬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이런 자금이 수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면서 매점매석이나 시장 가격을 흔들어 이익을 보려는 업체들의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통조림 형태의 단순 가공업보다는 고급화 전략이 수산업의 부가가치 확대에 도움이 된다. 소득이 높은 선진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연식품을 선호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후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다가 가고 있는 만큼 선진 수산국가에서처럼 자연식품에 가까운 고가의 수산 가공식품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부경대 해양산업 경영학부 이상고 교수는 "수산업 자생력의 관건은 유통업체가 어업을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이런 부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건전한 외부자본이 시장을 통해 수산업에 투자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을 국제 수산물 거래 기지로=부산은 수산물 소비대국인 일본과 생산국인 러시아와의 중간 지역에 위치해 있어 국제 수산물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뛰어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수산물을 오랫동안 보관 저장할 수 있는 냉동창고 시설도 사하구 감천동과 서구 남부민동 등지에 대거 들어서 있다. 부산지역 냉동창고의 냉동냉장 능력은 2005년 말 기준 111만1000t으로 전국의 5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산 가공업체만도 119곳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뛰어난 인프라 시설에 힘입어 부산에서는 매년 초부터 5월 말까지 국제 명란거래가 냉동창고 등지에서 이뤄진다. 러시아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고 일본인들이 명란을 사가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거래물량과 금액은 줄잡아 2만5000~3만t, 35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크랩 등을 합치면 부산에서 거래되는 BWT(보세창고 인도조건) 수산물은 줄잡아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물량이 가공 저장시설이 대거 들어서고 있는 중국으로 빠져 나가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소규모 생산업체가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해 판매역량을 키워나가며 부산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에서 국제 수산물 거래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생산자와 유통업자가 참여하는 거래소 형태의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산물 거래소나 수산물 교역센터 같은 조직체는 △재고나 악성자산을 처분하는 청산기능 △시장가격 결정이나 조절기능 △자금조달 등 금융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수산물 정보관리와 분석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장 지탱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조직이 부산에 들어서면 수산 가공업체와 결합해 명란이나 크랩의 거래물량을 점차 늘려나가면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대구 물량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