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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봉래동 대선조선에서 근로자들이 해상 크레인으로 거주구(선원들이 생활하는 공간)를 선박에 탑재하고 있다. |
선박 수주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중소형 조선소들이 속속 생겨나는 등 조선산업의 외연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이 각각 2002년과 2003년에 설립됐다. 이들 조선소는 현대 삼성 대우 등 초대형 업체들에 이어 국내 조선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며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목포 해남 등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신규 조선소 건립이 활발해지고 있고 기존 업체들도 건조능력 증대에 필요한 설비 증설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 있는 중소형 조선소는 대선, (주)강남, 성동조선해양, 동양을 비롯해 모두 122곳(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에 가입한 115개 사 포함)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만~3만t급 선박을 만드는 중견 업체는 10여 곳이며, 나머지 소형 조선소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중견업체들도 초대형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2~3년치 일감을 확보해놓고 있다.
중소형 업체들은 수출선은 물론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수형 소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이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초대형과 중소형 업체 및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상호 협력하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대 애로는 인력난=중소형 업체들이 선박을 건조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인력 확보로 꼽힌다. 중견 업체들은 대형업체와 달리 자체 설계 인력을 100%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을 지으려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 중견 업체들은 기본설계만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상세설계는 외부 설계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들은 한정된 인력만으로 늘어나는 건조물량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선주의 요구나 다양한 선종 제작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과 청학동에 있는 대선조선은 61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 조선소이다. 이 업체는 올해 봉래동과 청학동 공장에서 1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대선조선은 올들어 설계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부산대 울산대 부경대 등에 취업요청을 했으나 한 명도 오지 않아 전문대학 출신 10여 명을 고용했다.
신입사원의 경우 대형과 중견업체들의 연봉 차이는 500만 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인력들이 대형업체로만 몰려가고 있어 중견업체들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견업체들은 전문대학 출신들을 뽑아 3~5년 동안 교육시키고 나면 다른 큰 조선소나 설계회사로 빠져 나가는 일도 잦다. 이에 따라 중견업체에서 일할 설계 인력 확보 방안이 절실하다.
설계 못지 않게 생산인력도 부족하다. 초대형 조선소들이 운영하는 기술훈련원 출신 근로자와 외국인들이 주로 중소형 조선소의 협력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근로자들이 중소형 조선소나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를 꺼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인 인력을 더 많이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견 조선소 육성전략 필요=우리나라가 수주잔량이나 건조량에서 세계 조선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형 조선소까지 확대하면 일본과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조선시황 전문 조사업체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말까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00대 조선소에 일본과 중국은 각각 28개사와 27개사에 이르지만 한국은 14개사로 조사됐다. 국내 조선산업이 초대형 업체 위주로 성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뿐만 아니라 중소형 조선소 육성에 필요한 인력 양성과 건조공법 개발 등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중견 업체들이 짓고 있는 선종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형 컨테이선과 탱커와 수리조선에 집중돼 있다. 특히 경기 호황에 힘입어 신규 조선소 설립이 활발해지고 있어 시황이 나빠질 때는 국내 업체들간의 과당 출혈경쟁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선종 다각화가 필요하다. 울산의 INP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외에도 가스선과 벌크선 등으로 선종 다양화를 꾀하고 있으며,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 있는 (주)강남은 군용선 등 특수선 분야에 주력, 높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중견 업체들은 일본 중국과 달리 대부분 수출선에 의존하고 있어 채산성 확보를 위한 환 관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선조선은 이를 위해 선물환 거래를 통한 헤징(위험회피) 전략을 구사하며 원화가치 상승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점차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중소형 업체들도 금융기관을 통한 환 헤징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조선 장민섭 부장은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20~30%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선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나 납기와 품질에서는 한국에 상당히 뒤져 있다"면서 "기업과 정부, 연구소 및 대학이 긴밀히 협력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과 선종 다양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업체 기술향상·선형 개발 중소 조선연구원이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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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송정동 중소 조선연구원내 회류수조에서 모형선을 이용한 성능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
부산 강서구 송정동 1906평 부지에 들어선 중소 조선연구원은 중소 조선 및 해양레저 장비산업의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산업자원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1997년 한국중소조선 기술연구소로 출범한 뒤 지난해 4월 중소 조선연구원으로 명칭이 바뀐 이래 업체들의 기술 향상과 선형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원은 중소형 선박을 비롯해 연근해 해운선박과 요트 모터보트의 시험, 평가, 설계 지원, 기술지도, 기술교육을 주로 담당한다. 이 연구원에는 박사 5명과 기술사 5명, 석사 11명 등 모두 2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해양레저장비개발센터와 파일롯 플랜트(일종의 공장)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경남 통영의 안정공단에 있는 파일롯 플랜트는 대형 업체보다 규모가 작은 조선소들의 생산 자동화와 선박 건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곳에는 수치제어를 비롯한 각종 최첨단 절단장비와 고주파 곡가공기 등 20여종의 고가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이들 장비를 갖추기 힘든 영세한 조선소들이 이 공장에서 블록 단계 이전의 선박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어 고가 장비를 이용해 업체들의 생산자동화 능력 향상을 돕고 있다. 연구원은 2005년부터 산업자원부와 민간업계로부터 위탁받은 '알루미늄제 폰툰형 레저보트 개발'과 '카타마란형 세일링 요트의 최적 설계 및 선형 시험기법 연구' 등 모두 17가지의 기술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또 해양레저장비 개발센터는 회류 수조에서 △중소형선 운항시 물의 저항 △선체 주위의 파형 관측 △속도 및 진동 소음 계측 등 해상성능 시운전 지원 △카누 카약 윈드서핑 제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회류 수조는 모형선을 그대로 둔채 물을 흘려서 선박의 상대속도를 시험하는 설비이며, 예인수조는 모형선을 전차에 매달아 끌면서 속도를 재현하는 장비이다.
연구원은 회류 수조와 함께 사각형 형태의 예인수조 건립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조 규모는 길이 28m 너비 22m이다. 연구원은 수조 제작과 예인전차 발주를 거쳐 오는 2007년 3월 예인수조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의 선형 개발과 성능 시험에 대한 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병윤 중소 조선연구원 해양레저장비 개발센터장은 "세계화와 개방화 물결에 따라 업체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어려운 만큼 업계 스스로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를 개선하고 산학연이 힘을 합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동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조선업체 현황 |
구분 |
부산 |
경남 |
인천 |
전북 |
전남 |
충남 |
경북 |
울산 |
강원 |
제주 |
계 |
강선 |
14 |
7 |
6 |
6 |
15 |
5 |
2 |
0 |
2 |
0 |
56 |
FRP선 |
3 |
5 |
4 |
0 |
18 |
5 |
2 |
1 |
4 |
4 |
46 |
목선 |
1 |
19 |
0 |
0 |
0 |
0 |
0 |
0 |
0 |
0 |
20 |
계 |
18 |
31 |
10 |
6 |
33 |
10 |
4 |
1 |
6 |
4 |
122 |
자료: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회원사 현황(20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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