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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선망 어선원들이 거문도 부근 해역에서 고등어를 잡아 운반선에 옮겨 싣고 있다. 대형선망수협 제공 |
우리나라 수산업 정책은 다양한 어업간 이해 다툼에 휘말려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1970년 대통령 령으로 수산자원 보호령을 제정한 뒤 현재까지 16차례 개정했다. 그러나 어업환경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으나 이 규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어업인들의 이해 관계에 밀려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수산자원 보호령을 수산자원 관리법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 현실성 없는 규제는 새롭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무실한 동경 128도 이동조업 금지=수산자원 보호령은 대형기선저인망 어선들을 대상으로 동경 128도 이동 해역에서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바다 자원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이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년 대형기선저인망 어선들이 동해안 해역에서 오징어를 잡고 있으며, 협업 금지조항도 지키지 않는다. 동해안에서 오징어를 잡기 위해서는 고기를 모이게 하는 등선(불배)이 있어야 하지만 대형기선저인망 어선에는 이들 선박이 없다. 따라서 저인망 어선들은 오징어 채낚이 어선과의 협업을 통해 오징어를 어획하고 있다.
대형기선저인망 어선들은 수산자원 고갈이 심화되고 있고 1년생 어류인 오징어를 잡지 않으면 선박을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매년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하지만 수산자원 보호령은 이들 어선의 조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대형기선저인망 어선들의 어업 금지구역을 해제하거나 법 규정대로 조업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하나의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어선 톤수제한 불합리=대형 선망어선에 대한 톤수 제한도 어업인들의 불만사항이다. 현행 규정에는 대형 선망어선은 총톤수 기준 129t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배가 커지면 어획강도가 높아져 자원 남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톤수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선망어선에는 과거에는 없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대부분 설치돼 있다. 업체들은 선원들에게 보다 나은 거주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선내 편의시설을 대거 확충했다. 이 같은 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선내 거주공간이 좁아 어로작업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해양부에 개선을 건의했으나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대형 선망어선들은 일본 중국어선들과 같은 어장에서 조업하고 있어 형평성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대형 선망어선들의 크기는 135t 이하다. 또 국내에서 어선이 신조되지 않음에 따라 국내 수산업체들은 노후어선을 교체하기 위해 외국에서 어선을 구입해도 톤수 제한에 걸려 5t만큼을 잘라내야 하는 형편이다.
▲위판작업 개선 급선무=부산공동어시장내 위판 작업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국민들의 먹을거리인 어류가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비위생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대다수 어업인들도 위판작업 개선에 공감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에 묻혀 20~30년 전의 작업을 답습하는데 여념이 없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배에서 고등어를 내린 뒤 위판장에 깔아 경매를 하고 이후 다시 상자에 담아 국내외로 운송한다. 이 과정에서 고등어가 발에 밟히고 채이는 등 비위생적으로 다뤄진다. 일본의 경우 배에서 선별기를 통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상자에 크기별로 담겨 위판된다.
▲치어 단속 강화해야=수산자원 보호령에는 고기 잡을 때 쓰이는 어망의 그물코 규격이 상세하게 정해져 있다. 정부는 조업중 그물에 걸린 어린 고기들이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조업에 사용되는 그물코 크기를 설정해 놓고 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공동어시장에서는 어린 고등어와 갈치(풀치)가 많이 위판된다. 많은 수산생물들은 연안에서 산란한 뒤 근해로 이동하기 때문에 연안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그물에 어린고기가 많이 걸려들고 있다. 망목 규정만으로는 치어 남획을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부산지역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물코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 고기들이 많이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규정을 벗어나는 치어를 공동어시장에서 위판을 금지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국내 수산업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