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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리포트 <4-상> 그리스 산토리니

통일의 美, 그리고 그 속에 품은 문화와 예술

산복도로 르네상스 외국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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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풍경이 장관인 이아 마을. 하얀 건물과 풍차, 에게 해 푸른 바다가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산복도로, 산동네는 부산의 특화된 공간이다. 똑 같지는 않지만 부산의 산동네와 닮은 지역을 유럽의 고도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부산은 지금 막 산복도로에 정책적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의 고도들은 오래전부터 산동네의 진정한 가치에 눈을 뜨고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빛나는 성취를 일궈냈다.

본지 산복도로 취재팀은 부산의 감천, 안창마을과 다를 바 없는 산동네를 사람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지는 명품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아테네, 터키의 이스탄불 등 2개국 3개 도시를 지난 달 10일부터 19일까지 직접 현장 취재했다. 이들 해외 도시는 창조적 에너지로 도시 재생과 부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로 꼽힌다.

■색채·경관 어우러진 하얀보석

   
까마리 해변 인근 와인공장에 들어선 갤러리.
수년 전 한 스포츠음료 광고의 배경으로 소개돼 우리와 친숙한 산토리니(Santorini). 모든 산동네와 경사지 마을이 닮고 싶은 모델이자 지향점이다. 부산 감천동 태극도 마을을 '부산의 산토리니'로 만들자고 부르짖는 것도 그런 연유다. 그렇다면 산토리니는 어떤 곳일까.

산토리니는 그리스 에게 해 남부에 자리 잡은 둥근 모양의 화산섬이다. 그리스 본토에서 200㎞ 정도 떨어져 있으며, 아테네 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가량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73㎢, 현재 인구는 8000여 명.

산토리니 이아마을에 도착하자 한 장의 그림엽서같은 풍광과 마주쳤다. 하얀 색 건물과 파란 지붕, 에게 해의 검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에게 해의 하얀보석'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1600년께 화산폭발이 있은 뒤 1956년 또 한차례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났다. 그 뒤에도 산토리니에는 크고 작은 화산폭발과 지진이 끊이지 않았다. 대자연의 위협 앞에서 산토리니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야 했다. 화산폭발로 생긴 절벽 위에 집을 지었다. 등대도 세워야 했다. 잦은 지진으로 등대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자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건물마다 등대처럼 눈에 띄도록 하얀 색칠을 한 것이다. 먼바다에서도 산토리니란 걸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산토리니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등대인 셈이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산동네가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거듭난 가슴 아픈 사연을 알고 나면 산토리니에 더욱 애착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 신혼부부가 산토리니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산토리니는 전 세계에서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꼽힌다.
산토리니를 대표하는 이아마을 골목길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든 관광객들로 아침부터 밤늦도록 붐빈다. 골목길은 인파로 넘쳐난다. 야트막한 언덕에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을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들이 담을 맞대고 줄지어 있었다. 단층 또는 2층 높이의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바타요티 푸소모 아테네 주거센터 회장은 "경관 관리를 위해 산토리니는 2층 이하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고도를 엄격히 관리합니다. 또 일반건물은 흰색, 그리스 정교의 종교활동 공간의 옥상 돔은 파란색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면서 "경관은 공공재산으로 엄격한 규제를 통해 우리 모두가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토리니는 화산폭발의 산물로 생긴 경사지라는 지형적 특성에다 엄격한 색채와 경관 관리라는 주민의 지혜가 더해 마을의 부활은 물론 세계적 관광휴양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취재팀과 함께 산토리니를 찾은 김형균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의 산복도로에 맞는 색채 개발을 통해 산토리니처럼 통일성과 아름다움을 창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곳곳에 박물관·갤러리

   
피라마을 골목의 이색 조각품. 산토리니 곳곳에 박물관 갤러리 조각품 등이 있다.
산토리니 경사지에 하얀 색 건물만 늘어서 있다면 섬 주민(8000여 명)보다 많은 관광객을 전 세계에서 매일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건물 만으로 관광객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주민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 박물관, 갤러리 등 특색있는 문화예술 공간을 동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크고 작은 테마 박물관은 수십 개에 달한다. 산토리니의 벨로니오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문화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었다. 도서관과 세미나실 회의실 강당 전시장 등을 두루 갖췄다. 산토리니 문화센터의 매니저인 케라시아 포리지(여·32) 씨는 "지역주민의 생활문화 공간으로 없어서는 안될 시설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찾은 산토리니 까마리 인근 와인 공장. 이곳은 단순히 와인 공장이 아니라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아트 스페이스'라는 이름 아래 와인 공장과 와인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 미술품 전시 갤러리를 함께 갖추고 있어 산토리니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와인을 파는 데 머무르지 않고 문화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통산업 공간을 박물관과 갤러리로 탈바꿈시킨 지혜가 놀랍다"면서 "부산 산복도로에도 문화와 예술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산토리니의 한국인 김대희씨

- "화산폭발 재앙을 기회로 바꾼 이 곳 사람들 노력 경이로워"

   
산토리니 섬에도 한국인은 있었다. 인구 8000여 명 중 유일한 한국인 거주자는 김대희(37·안양시 석수동·사진) 씨. 그는 3년 전 산토리니에 들어와 한국인 관광객의 현지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예약된 관광객이 산토리니 공항에 도착하면 승용차로 호텔까지 태워 주고 또 관광안내와 정보 제공이 제 역할이죠." 과거에는 유럽사람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 산토리니에는 한국인 신혼부부와 중년부부, 배낭여행객 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요즘은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가장 가고 싶은 신혼 여행지로 산토리니를 꼽을 정도다.

"성수기인 5월부터 8월까지는 이곳 산토리니 인구보다 많은 관광객으로 매일 섬 전체가 북적입니다. 화산 섬의 천길 절벽 경사지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야트막한 집들, 온통 하얀색인 건물과 에게 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동네 곳곳에 박물관과 갤러리, 커뮤니티 공간 등 각종 문화시설과 관광객을 배려한 각종 편의시설, 주민들의 친절도 산토리니를 세계적 명품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1년 가까이 부산(가야동)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그는 현지주민다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이 무너진 척박한 섬을 주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오늘의 산토리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경이 그 자체였다"면서 "산복도로와 산동네가 많은 부산은 산토리니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재협조= (주) 길평, (주) 일신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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