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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리포트 <4-하> 터키 이스탄불

러브스토리가 없어도 이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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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오르타쿄이 언덕에서 바라다 본 참르자 언덕. 해발 276m인 참르자 언덕은 이스탄불의 전망대이자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휴식처이다. 앞에 보이는 바다가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 그냥 아름다운 풍경을 세계적인 풍경으로 만든 스토리텔링의 힘
- 피에르 로티 언덕에서 느낄 수 있다
- 해안 경사지의 철저한 고도·경관관리는 산복도로와 바다의 도시 부산이 배울 만하다

인천을 떠나 11시간가량 날아간 비행기는 기장의 착륙멘트와 함께 터키의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상공을 선회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군데군데 솥뚜껑같이 생긴 지붕의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보스포러스 해협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동양과 서양, 비잔틴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절묘하게 섞여 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이스탄불에 도착한 것이다. 5월의 이스탄불 시가지 모습은 여유로웠다.

■스토리텔링의 승리 피에르 로티 언덕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의 해안 경사지 마을은 철저한 고도와 경관관리가 이뤄진다. 마을 전체가 숲 속에 파묻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취재팀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구릉지인 에윱지구 '피에르 로티' 언덕. 해발 200m 정도인 이 언덕은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대부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이 언덕은 카페와 레스토랑, 산책로, 전망대,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선 대표적 도심 공원이다. '피에르 로티'라는 지명은 이스탄불의 한 여성과 전설적인 사랑을 했던 프랑스의 해군 장교 출신 소설가 피에르 로티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피에르 로티는 1876년 이스탄불 주재 프랑스 무관으로 부임한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아지야데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다. 훗날 소설가가 된 그는 이스탄불로 돌아와 이미 고인이 된 아지야데의 묘지가 있는 이 언덕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곳에는 피에르 로티의 초상화도 걸려 있다.

터키인들은 공동묘지로 사용되던 이 언덕에 '피에르 로티'의 이름을 딴 카페를 만들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피에르 로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의 사랑을 추억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카페에 앉으면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골든혼과 시가지의 풍경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프랑스 관광객은 자국 출신 작가의 이름을 딴 피에르 로티 언덕을 찾는 것을 터키 여행의 필수코스로 여긴다. 이 언덕 정상부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고급 식당과 사우나 시설을 갖췄다.

취재팀이 둘러본 피에르 로티 언덕은 외견상 우리의 용두산공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피에르 로티라는 작가의 '스토리'를 이용한 명소 만들기는 돋보였다. 평범한 언덕배기를 최고의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터키인의 지혜가 부러웠다. 랜드마크적 관광지는 일회성이지만 골목마다 언덕마다 넘쳐나는 스토리로 가득 찬 관광지는 두고두고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는 것을 피에르 로티 언덕은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김형균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릉지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옷을 입혀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었다"면서 "우리의 산복도로에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추억하고 기억할 공간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 시민의 휴식처 참르자 언덕

'참'은 소나무라는 뜻의 터키어로 참르자 언덕은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267m로 이스탄불에서 가장 높은 곳이어서 이스탄불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구에 속해 있으며 보스포러스 해협은 물론 흑해와 마르마라해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이스탄불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시민들은 벤치나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준비해온 음식을 먹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사랑받는 장소. 낮에는 물론 밤에도 이스탄불과 보스포러스 대교의 야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참르자 언덕은 아름드리 나무와 무성한 숲, 넓은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잘 가꾼 공원이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한 번 찾은 관광객은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고등어 케밥과 크루즈 인기 만점

   
이스탄불 구시가지 에윱지구에 자리한 피에르 로티 카페에서 관광객들이 차를 마시며 시가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갈라타다리 인근 선착장. 이곳에서는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고등어를 배 안에서 구운 다음 빵에 싸서 만든 고등어케밥이 굽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고등어케밥을 먹기 위해 이곳 선착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보스포러스 크루즈는 언제나 만원이었다. 크루즈는 보스포러스 아시아 사이드와 유럽 사이드를 순회한다. 크루즈에서 바라본 이스탄불의 해안경관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2, 3층 정도의 낮은 주택들이 해안 경사지를 따라 숲 속에 파묻혀 있었다. 주택을 품은 울창한 숲은 이스탄불 해안의 또다른 매력으로 자리잡았다.

이스탄불 구시가지와 해안 경사지의 고도 및 경관 관리는 철저하다. 이브라임 바즈 이스탄불시 도시계획디자인팀장은 "이스탄불은 2001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면서 "유적을 잘 관리하면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과 이를 지키는 데 철두철미한 당국, 여기에 시민들의 협조가 어우러져 인구 1200만 명의 이스탄불은 올해 외국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현지 가이드를 맡은 하산(28) 씨는 말했다.


# 오체 2010 이스탄불 유럽문화수도 사무국 감독

-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기 위해 NGO등 민간의견 충분히 반영

   
"이스탄불은 로마와 비잔틴,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로 다양한 제국들의 화려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습니다. 유럽문화수도 프로젝트를 계기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이스탄불을 전 세계에 홍보하려 합니다."

'이스탄불 2010 유럽문화수도 사무국'의 세빈 오체 감독은 "문화 예술의 새로운 가치창조와 관광진흥, 문화유산과 유적 보존이 우리 활동의 핵심"이라면서 "유럽문화수도 지정이 이스탄불의 도시문화 재구성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탄불 2010 유럽문화수도 사무국은 공무원과 기업, 민간 전문가 등 130명이 근무한다. 1년 예산은 30억 원가량.

세빈 오체 감독은 "유럽문화수도 지정을 위해 2006년부터 정부 차원의 준비는 물론 시민사회와 다양한 NGO들도 정부의 활동을 뒷받침했다"고 소개했다. 유럽문화수도 지정을 계기로 이뤄지는 각종 프로젝트도 문화와 예술, 관광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정부나 지자체 등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시민사회와 NGO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됐기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만족도 또한 높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올 연말까지 '이스탄불 2010 유럽문화수도 사무국'이 유지된다"면서 "사무국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와 시민사회, NGO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해 공통의 안을 끌어내고 이를 실현한 경험은 이스탄불 발전의 소중한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1부 끝-


※ 취재협조 : (주)길평, (주)일신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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