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 국적 선박으로 해석한 듯

- 업계 "중국이 같은 논리 나오면
- 현지 기항 선박들 곤란해질것"
- 한진해운 측도 항고 예정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한진해운 선박들에 대해 전 세계에 '포괄적 압류금지 명령'(Stay order)을 요청한 가운데 국내의 다른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가압류를 허가해 파문이 일고 있다.

9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파나마의 한 유류업체가 압류를 신청한 한진사먼호에 대해 가압류 명령서를 발부해 지난 7일 집행했다. 한진샤먼호가 하역하던 한진해운신항만 터미널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다. 앞서 한진해운이 지난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다음 날인 지난달 1일 이례적으로 법정관리를 개시했고 전 세계 항만에 '포괄적 압류금지 명령'을 요청했다. 그런데 정작 국내 법원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창원지법은 한진샤먼호가 편의치적된 파나마 국적 선박이고 국적취득부 선체용선(BBCHP·Bare Boat Charter of Hire Purchase) 선박이어서 소유권이 파나마 쪽에 있다는 입장이다. BBCHP는 일종의 선박 리스 제도로 배를 빌린 선사가 리스 비용을 모두 내면 해당 선사 소유가 되는 선박 금융 기법이다. 리스를 해 금융비용을 순차적으로 납입하면 소유권은 점차 금융비용을 낸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편의치적이란 조세 절감을 위해 편의상 타국에 선적을 등록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파나마에 편의치적돼 있더라도 파나마 국적선이 아니라 편의치적을 한 선사의 국적으로 보는 게 관행이다.

해운업계와 법조계는 이번에 가압류된 한진샤먼호는 한진해운이 소유할 목적으로 금융비용을 납입했기 때문에 법정관리와 '포괄적 압류금지 명령'의 취지를 고려하면 가압류해서는 안 되는 선박으로 보고 있다.

성결대 한종길(동아시아물류학과) 교수는 "국가가 동원 필수 선박으로 지정한 선박인데 이 선박이 BBCHP이고 파나마 국적으로 한진해운 자산이 아닌 만큼 압류가 된다는 법원의 논리는 빈약하다"며 "한국 법원도 압류를 허가하는데 중국이 같은 논리로 압류하기 시작하면 중국에 기항하기로 했던 선박도 곤란해지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중국으로 향하는 선박들의 화물을 부산항에 양하(짐을 내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항의 장치율(짐을 올리고 내리는 공간의 점유 비율)이 높아져 물류대란은 심화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항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총 141척 가운데 15척이 가압류 또는 공해 상에 대기하는 '비정상 운항 선박'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