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 때 타행 계좌 등록 등 불편
- 일부 은행은 입금이체도 불가능
- 토스·뱅크샐러드와 차별화 안돼
- 서비스 확대 숙제는 ‘보안’ 강화
오픈뱅킹 가입자가 시범운영 1주일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30일 시범실시를 시작한 오픈뱅킹 서비스는 지난 5일까지 102만 명이 가입해 183만 계좌(1인당 1.8개)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은행앱에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어 가입자 수가 중복일 수 있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빠른 증가 추이다. ‘오픈뱅킹’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하나의 은행앱으로 다른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이지만, 편리함을 넘어 종합 금융플랫폼을 만들고 인프라의 과감한 개방으로 금융혁신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인프라 개방·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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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의 오픈뱅킹 앱 화면의 모습. |
오픈뱅킹의 핵심은 금융산업의 혁신이다. 금융결제와 데이터 분야는 다른 금융서비스에 비해 금융, 실물, 대외 인프라 전반에 걸쳐 연결성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IT, 모바일 등 최근 부상 중인 핀테크 기술과 결합하며 금융결제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서비스는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표준방식(API)으로 모든 은행의 자금이체·조회 기능을 제공하도록 한다. 은행이 보유한 결제기능과 고객 데이터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의 오픈뱅킹이 자리잡고 나면 오픈 API를 이용해 연결되는 참여자가 다양화되고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부동산투자, 보험, 자산관리 등 다양한 참여자가 금융 플랫폼을 넓혀가는 것이다.
금융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결제 및 데이터 인프라로 금융산업 혁신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핀테크 진입이 제약된 폐쇄적 시장, 제휴시 높은 이용료 책정의 부담, 은행 자사 고객에게만 결제·송금을 제공하며 플랫폼으로의 성장 제한, 많은 은행앱을 설치해야 하는 소비자 불편 등이 서비스를 통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가입 불편, 이용 편리… 차별점은?
시범서비스는 10개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IBK기업, KEB하나, NH농협, BNK부산, BNK경남, 전북, 제주)에서 실시하고 18개 은행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하는 과정은 간편하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타은행의 계좌를 직접 등록해야 하는 것이다. 타은행과의 연계가 핵심인 서비스이지만, 타은행 계좌 번호가 자동으로 조회되지 않고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예·적금을 등록하는 절차와 방식의 차이, 조회 제한 등도 지적됐다. 일부 은행은 타행 간의 입금 이체가 불가능했다. 당국은 내달 18일 정식 서비스 출범 전까지 개선사항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핀테크 플랫폼인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 중에는 차별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내 계좌 모아보기’와 송금 기능은 이미 제공됐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반응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기존은행 앱을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 조회와 이체를 넘어선 기능이 추가되지 않고, 플랫폼으로서 확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큰 변화를 불러오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안과 소비자보호 챙겨야
오픈뱅킹 확대의 관건은 보안이다. 편리성을 알면서도 보안에 대한 불안으로 접근을 망설이는 소비자도 많기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보안원 등의 보안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업체에 한해 참여를 허용하고, 보안지원 추경 예산(9억8500만 원)을 들여 보안점검 비용을 지원한다. 또 24시간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 등을 통해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등 중계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용기관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소비자 피해 보상체계를 구축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FISCON 2019)’에서 “금융사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클라우드 등 IT아웃소싱 확대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관리하는 방안도 고민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U, 영국, 일본 오픈뱅킹 시행
금융산업 글로벌 트렌드로도 꼽히는 오픈뱅킹은 주요 국가에서도 시행 중이다. EU, 영국, 일본은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 API를 핀테크 기업 등 외부에 개방하도록 의무화했다. EU와 영국은 지난해 1월 오픈API서비스를 실시해 시행 중이다. 호주는 지난 7월 4대 주요은행으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확대 예정이다. 일본은 지난해 6월 API 제공을 의무화 해 2년 내 110개 은행이 구축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2016년 아태지역 최초로 오픈뱅킹 지침을 발표했으며, 홍콩은 지난해 7월부터 단계별 오픈뱅킹을 추진 중이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