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에 집중해 후발 주자들과의 ‘초격차’ 전략에 나선다. 삼성전기 사업장 가운데 부산사업장이 MLCC 생산 거점이다.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등 소위 ‘더블에이 (AA)’ 시장을 겨냥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가속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기 MLCC 제품. 삼성전기 제공

이민곤 삼성전기 MLCC 제품개발 상무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MLCC 트렌드와 삼성전기 강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적층 세라믹 캐피시터)는 전자제품 내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서버 등 전기가 사용되는 모든 제품에 들어간다.

삼성전기는 최근 AI 산업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AI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고품질 MLCC 개발·생산에 집중해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MLCC 학습회를 열어 고성장이 예상되는 AI서버·전장용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고 15일 밝혔다. AI 기술 확산으로 AI서버용 MLCC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약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 고성능화, 고집적화가 요구되는 AI 서버에서는 소형·고용량, 고온 제품이 필요하다.

서버용 MLCC는 IT MLCC와 사용환경이 달라 높은 수준의 온습도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AI 서버용 제품은 기존 서버보다 높은 연산 성능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해 전력 소모와 발열이 급증한다. AI 서버용 MLCC는 고온(105℃ 이상), 높은 정격전압(100V), 강한 휨 강도(2mm)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게 삼성전기 설명이다.

AI 서버의 경우 전력 소비량이 일반 서버의 5~10배 이상으로 더 많은 양의 MLCC 탑재가 요구되고 GPU(그래픽 처리 장치) 가까이에 부착되는 MLCC의 실장 면적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형, 초고용량이어야 한다. AI 서버는 또 GPU 모듈 여러 개를 실장한 기판을 쌓는 구조다. 서버 하나에 수십 개의 CPU(중앙 처리 장치)와 GPU가 집적됨에 따라 발열량이 늘어나 고온에도 견뎌야 한다.

MLCC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0.2 mm×0.1mm (머리카락 두께 약 0.3mm)부터 5.7 mm×5.0mm까지 다양하다. MLCC 경쟁력은 크기는 작으면서 저장하는 전기의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다. 유전체와 전극을 얇게 만드는 재료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6년에는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 중이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라믹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 중이다. 삼성전기는 AI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MLCC 1위 사업자는 일본 무라타이고 2위는 삼성전기다. 무라타와 삼성전기를 중국 업체들이 추격 중이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시장은 2024년 1429억 달러(약 196조 원)에서 2030년 8378억 달러(약 1150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