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경제계 간 긴장감이 커진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형동 의원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자 강한 유감을 표현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는 “사측이 파업을 봉쇄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 남발을 막는데 노란봉투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계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옥죈다”며 반발한다.

29일 재계와 정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법안은 급물살을 탔다. 다음 달 4일 세 번째 본회의 통과를 앞두게 됐다. 본회의 통과 후 공포되면 6개월 후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제3조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에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에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를 추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본회의 통과와 정부 공포, 시행까지 법의 실질적 안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나아가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 확대 및 쟁의권 보장을 위한 노조 활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제계는 법안 내용이 모호해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반대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8일 성명에서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고도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법 추가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서도 경제계는 반발한다. 상법 추가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회사는 이사를 선출할 때 소액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했다.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 단체는 29일 성명에서 “상법 추가 개정은 사업재편 반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까지도 쟁의 대상에 포함되어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노사관계 안정성도 훼손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