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이후, 국내 10대 그룹의 글로벌 생산기지 중심이 중국·베트남에서 미국으로 급격히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국내 10대 그룹의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이 8년 새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 10대그룹 국가별 해외 생산법인 자산규모 변화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트럼프 1기 미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말 국내 10대 그룹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은 21조6957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36조306억 원(627%) 증가한 157조7263억 원으로 폭증했다고 29일 밝혔다.

8년 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국내 10대 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 생산법인의 자산규모는 91조7595억 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26조9316억 원으로 2위, 미국은 21조6957억 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내 생산법인 자산이 157조7263억 원으로, 중국을 제치고 국내 기업의 최대 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반면 중국은 116조6073억 원으로 미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고, 베트남이 52조890억 원으로 3위에 그쳤다. 또한 미국 이외에 헝가리(975.3%↑), 폴란드(733.5%↑), 독일(780.7%↑) 등 주로 국내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유럽 국가에도 국내 10대 그룹의 생산라인 투자가 급증했다.

미국 생산법인의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그룹은 삼성으로, 총 43조1685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에 이어 SK가 40조421억 원으로 2위에 올랐고, LG(38조8325억 원)와 현대자동차(28조4154억 원)가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미국 생산법인 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SK로, 8년 새 39조6098억 원이나 증가(9162.9%↑)하며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SK에 이어 삼성이 37조7904억 원 늘어 2위를 차지했고, LG가 35조9424억 원으로 3위, 현대자동차가 17조4953억 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미국 내 전기차, AI(인공지능) 시장 확산과 함께,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의 생산라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증가액 1위를 차지한 SK는 BlueOval SK(2022년 설립·18조343억 원) , SK Battery America(2018년 설립·11조7703억 원) 등 배터리 합작·단독 공장 신설이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은 기존 오스틴 반도체 법인(Samsung Austin Semiconductor)의 자산이 22조6063억 원 늘었고, 2022년 설립된 배터리 합작사 StarPlus Energy(7조6078억 원) 등도 미국 내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