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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모 양이 실종 11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7일 부산 사상구 한 다세대주택 현장에서 경찰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정밀 감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부산의 전 경찰력을 동원하고도 제한된 지역에 머문 여중생 납치 용의자 1명을 잡지 못한 경찰의 허술한 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실종됐던 여중생 이모(13) 양이 11일 만에 이웃집 물탱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경찰의 수사가 처음부터 허점투성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사상경찰서는 6일 오후 9시25분께 이 양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50m, 도보로 100m가량 떨어진 권모(67) 씨의 집 보일러실 위에 놓인 물탱크 안에서 이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밀수색을 펼치던 중 권 씨의 집 뒷벽에 기름보일러와 나란히 놓인 물탱크를 발견, 내부를 수색하다 숨져 있는 이 양을 발견한 것이다.
이 일대는 경찰이 부산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인력인 2만여 명과 헬기, 수색견을 동원해 초기부터 수차례 뒤졌던 곳이어서 경찰이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수색을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경찰의 허술한 대응은 이 양의 실종 당일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력이 나쁜(왼쪽 0.2, 오른쪽 0.5) 이 양이 안경은 물론 휴대전화도 놓고 집에서 사라졌고, 집 화장실 바닥에서 외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화 발자국 3~4점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은 다음 날 아침부터 이뤄졌다. 납치보다는 가출 등 단순한 실종사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다.
사건 발생 다음 날에야 사상경찰서 형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고, 또 하루가 지나서 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건에 대한 판단착오였으며 안일한 초동수사로 이어졌다.
이후의 수사 진행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경찰은 용의자가 살인을 저지른 전력이 없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이 양이 감금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경찰이 주로 빈집과 폐가를 살펴보는 수준의 수색에 치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37대에도 이 양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수사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 열흘이 지나도록 이 양이나 공개수배한 용의자를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CCTV에도 용의자 등이 찍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뒤늦게 정밀수색으로 전환해 이 양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력을 집중해 대대적인 수색을 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건이 일어난 덕포동 재개발예정구역 외곽을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 차단하고 내부로 진입하면서 골목길과 가옥마다 형사를 배치하는 저인망식 수색 대신 병력을 열흘에 쪼개 구역별로 수색에 나서다 보니 지리를 꿰뚫고 있는 용의자에게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지난 3일 이 양의 집에서 20여 m 떨어진 빈집을 수색하다 용의자 김 씨를 눈앞에서 놓친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용의자가 주변 지리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예상 도주로를 봉쇄하지 않은 채 수색작업을 벌이다 빚은 실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경찰은 "용의자보다 이 양을 찾기 위한 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이 양의 집과 시신이 발견된 곳, 경찰이 김 씨를 눈앞에서 놓친 곳이 모두 반경 30m 안에 있다는 점도 경찰 수사력이 치밀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