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취상태서 차량 크게 파손
- 도망가다 잡혔을 땐 '유죄'

- 보험사에 인적 사항 남겨도
- 피해자 구호 안 하면 '유죄'

법원이 교통사고를 내고 현장을 떠난 가해자의 '도주죄' 적용에 엇갈린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이는 재판부가 가해자의 증거 및 증언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지만, 근본적으로는 사고 정도, 사고 후 피해자의 구호조치에 얼마나 성실했느냐가 주요 잣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도주차량, 사고 후 미조치)로 기소된 윤모(64)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경위 및 내용, 현장 상황 등을 보면 당시 피고인이 도주하려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씨가 피해자에게 다가가 보험 처리를 해주겠다고 밝힌 점, 피해자들이 물리치료·약물치료 외에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윤 씨는 2012년 4월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면서 피해자의 승용차 좌측 문짝을 들이받은 뒤 보험회사 직원과 통화한다며 현장에서 1, 2분 떠났고, 이어 피해자들이 음주운전을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하자 인근 골목으로 사라졌다가 경찰 조사가 끝난 뒤 나타났다. 윤 씨는 도주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야간에 혈중알코올농도 0.163% 상태로 운전하다가 심한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도주차량, 사고 후 미조치)로 기소된 강모(59)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강 씨는 피해자들이 다쳤을지 모른다고 인식했음에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110m를 더 간 점, 뒤쫓아간 가해자들의 차량에 가로막혀 붙잡힌 점, 피해 차량과 가해 차량 모두 심하게 파손된 점을 고려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울산지법 형사1부(김동윤 부장판사)도 연쇄 추돌 사고를 야기한 뒤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해 9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원심에서는 A 씨가 보험회사에 자신의 인적 사항을 남긴 후 사고접수했고, 경찰이 보험회사를 통해 연락처를 알게 됐으며 동승자를 현장에 남긴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이 보험회사에 확인하기 전에는 A 씨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었고, 동승자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