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석기(오른쪽)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11일 서울고법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RO 가능성 배제못하지만
- 檢 반국가단체 입증 부족"
- 재판부 피고에 유리 판결

- '내란 구체적 준비 없었다'
- 법무부에 불리 작용 가능
- 헌재 "영향없다" 선 긋기

12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앞두고 '이석기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하혁명조직인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도 무죄로 판단하면서 법무부와 진보당 양측의 논리 전개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RO의 실체를 인정한 1심 선고 이후 사실상 RO가 실재한다고 보고 정당 해산의 변론을 진행해왔다. 북한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삼은 RO가 국가 전복을 목적으로 내란 음모를 꾸며왔고, 진보당이 이런 RO의 활동을 옹호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RO의 활동이 사실상 당 차원의 활동이어서 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와 반대로 진보당은 그동안 RO는 실체가 없고, 국정원과 검찰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반박해 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겉으로는 진보당의 이런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이 다소 유리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RO라는 조직의 존재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이 의원을 정점으로 한 특정한 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RO를 조직으로 인정하면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것에 해당하고, 이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데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RO가 존재하고 피고인들을 비롯한 130여 명이 RO의 구성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입증이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런 판단에 따라 앞으로 법무부가 어떤 논리를 구성해 나갈 것인지가 정당 해산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내란 선동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난 점도 법무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내란음모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 방법 등을 합의하지는 않았는데 이것만으로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 관계자는 "형사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법률적으로는 헌재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는 이번 선고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항소심 판결이 진보당 해산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형사사건과 헌재의 사건은 심판 대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재판기록이 헌재 정당해산 사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법무부와 진보당이 어떤 식으로든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