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번성 흔적남은 명소들 포함

부산 지역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탄력받은 동구에 또 하나의 명품 이바구길이 생겼다.

동구는 12일 범일동 일대의 명소를 따라 걷는 '범일 이바구길'을 최근 준공해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6월 초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동구가 특허청에 상표 등록까지 마친 '이바구길'은 산복도로에 조성된 관광 코스로, 현재 '초량 이바구길'이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히며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초량 이바구길에는 옛 백제병원, 김민부 전망대, 유치환의 우체통 등 이야기가 깃든 산복도로의 명소가 포함됐다.

범일 이바구길은 범일동 현대백화점~안창 호랭이 마을 코스인 '호랭이 이바구길'과 자성대~증산공원 코스인 '부산의 부산 이바구길'로 구성된다.

호랭이 이바구길은 옛날 안창마을 등 범일동 일대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이름을 땄다. 현대백화점 뒤편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영화 '친구'의 촬영지였던 구름다리 '친구의 거리'와 1970,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보림극장을 만날 수 있다. 극장은 사라졌지만 과거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붙여 놓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 '하춘화 쇼' 등의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이어 6·25 전쟁 전후로 조성된 범일골목시장과 1970년대 도시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던 옛 거리를 재현해 놓은 간판거리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근처 방직공장과 고무공장 등지에서 일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여공들이 모여 살던 '누나의 길'과 그들이 일궜던 부산의 신발산업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는 신발박물관은 옛 기억을 되살린다.

'부산의 부산 이바구길'은 부산의 지명이 유래한 곳으로 알려진 증산을 향하는 코스다. 그런가 하면 출발지인 자성대가 진짜 부산의 지명이 유래된 곳이란 주장도 있다. 이 코스는 두 곳을 이으며 범일동과 부산의 역사적인 장소를 발굴해 놓았다. 동구 출신 독립투사 최천택의 길, 왜성터, 부산의 최초 성당인 범일성당, 옛 교통부 자리 등이 포함됐고 유명한 국밥집과 빈대떡집이 있는 음식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동구 관계자는 "초량이바구길에 이어 또 하나의 유명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거 번성했던 동구 범일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이바구길 조성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3차연도 사업 중 하나로 사업비 8억 2000만 원가량이 투입됐다. 동구는 향후 수정동과 좌천동 이바구길 조성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