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항한 지 4시간 만에 발각
- 국가시설 허술한 보안 비난
집을 나온 청소년이 부산항에 잠입해 일본행 여객선에 몰래 올라탔다가 항해 도중 적발됐다. 부산항의 보안이 중학생에게도 뚫릴 정도로 허술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북 경산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K 군(15)은 방학식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오랫동안 성적표를 위조해 온 사실이 부모와 교사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크게 야단맞을 것이 두려웠던 K 군은 교복을 입은 채로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부산에 도착했다. 고민 끝에 K 군은 인근 섬으로 떠날 것을 결심했지만 표를 살 돈이 없어 몰래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이날 밤 9시께 K 군은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인근 공원에 가방을 던져놓고 부산세관 뒤편 컨테이너 야적장에 잠입을 시도했다. 철문 아래 30㎝ 높이 틈을 통과해 약 170㎝ 높이의 펜스도 여러 개 뛰어넘어 정박 중이던 배 가운데 크고 깨끗한 S호에 올라탔다. 해당 선박은 일본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여객선. 기껏해야 제주도 정도로 향할 것으로 생각한 K 군은 출항 전까지 화장실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이날 배는 태풍의 영향으로 출항하지 못했다. 밤 9시께 출발 예정이었던 배는 기상 악화로 출항 대기 끝에 결국 다음 날 새벽 3시께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화물만 싣고 일본으로 향했다. 숨어 있던 K 군은 이 사실을 모르고 선내로 나왔고 출항한 지 4시간 만에 무단 승선 사실이 발각됐다. 선사의 보호를 받아 부산항 귀항 후 경찰에 넘겨졌다. 신분 파악조차 안 되는 미성년자가 타국에 남겨질 뻔한 상황이 태풍에 의해 다행히 마무리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K 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K 군은 "그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배에 올라탔고, 해외로 향하는 여객선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숙하지 않은 학생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로 판단해 최대한 배려하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세관 울타리를 넘은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밀항죄는 밀항의 의도를 가져야 성립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안을 담당하는 부산항보안공사는 이번 일로 비판에 직면했다. 보안공사 측은 사건 당시 보안 담당자를 징계 처분했고 보안등·원형 철조망 등을 추가로 설치해 보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월에도 5부두 내에 무단으로 침입한 운전자가 1시간가량을 배회하다 사고로 사망했던 일이 벌어졌던 만큼 부산항의 보안이 심각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항은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지정될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시설이다. 보안공사 관계자는 "보안 시설을 강화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