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눈부신 '벚꽃터널(사진)'을 만들던 부산 동구 산복도로의 벚나무 30여 그루가 사라졌다. 놀란 주민들이 뒤늦게 공청회를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지만 베어진 벚나무는 이미 폐기처분된 후였다.
벚나무가 사라진 구간은 초량동 부산컴퓨터과학고등학교에서 금수사로 이어지는 망양로 약 400m 구간. '부산항을 한눈에 내려다본다'는 망양로에 피어난 벚꽃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며 매년 봄이면 주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벚꽃 가로수길'로도 유명해 상춘객도 불러 모았다. 이들 나무 수령은 최소한 20년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30일 이 나무들이 베어져 나간 이유는 '친환경 스카이웨이 주차장' 조성 사업을 위해서다. 동구는 이 자리에 노상 주차장을 만들어 58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길 위로 전망대 기능의 목재 스카이웨이를 조성하기로 했다. 공사는 오는 10월 말 준공 예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벚나무 옆 하수시설 때문에 나무뿌리가 기형적이기도 했고, 재산 가치도 높은 게 아니었다"며 "일부의 안타까운 시선은 이해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주민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설계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주민 이재안 씨는 "지난 2일 동구의회 의원과도 면담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 아프고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이라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진정한 '친환경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독자 신정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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