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도시형 민박만 허용
- 미신고 영업 올들어 96건 적발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정모(여·35) 씨는 최근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줬다가 경찰에 적발돼 벌금 200만 원을 물게 됐다. 미신고 숙박업에 해당해 인근 모텔로부터 고발이 들어온 것이다. 신혼인 정 씨는 그동안 남는 방을 하루 7만 원 선에 여행객들에게 빌려줘 왔다. 정 씨의 집은 해운대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전망인 데다 식사까지 제공해 인기가 높았고 투숙객도 끊이지 않았다. 정 씨는 "전 세계인들이 활발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라 문제가 될 줄 몰랐는데 벌금까지 내게 됐다"며 "앞으로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공유 경제'의 표본으로 주목받으며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늘고 있다. 간단하게 사이트 등록 절차만 거친 집주인들은 불법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졸지에 전과자 신세가 되고 있다.

14일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에 따르면 숙박 공유를 포함한 미신고 숙박업 적발 건수는 올해 들어서만 96건에 이른다. 지난해 7월 관광경찰대 출범 이후 그해 연말까지 적발 건수 20건인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 행위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며 방의 개수와 규모 수익 등에 따라 대개 벌금형 처분을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빈방을 여행객 등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한국에는 2013년 1월 공식 진출했다. 현재 사이트에 등록된 숙소는 부산에만 300곳이 넘고 전국 3000곳 정도로 추산된다. 전 세계 숙소가 150만 곳·이용객만 40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숙박 공유 열풍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국내법상 불법 영업이 될 확률이 높다. 일반 가정에서 돈을 받고 숙박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형 민박업'에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도시형 민박업은 외국인의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열어놓은 창구로 내국인 상대 영업은 불법이다.

하지만 현재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 관광지 인근의 가정집 빈방 후기는 내국인의 것으로 빼곡하다. 부산시에 도시형 민박업으로 신고된 숙소는 지난 6월 말 현재 54곳에 불과하다. 사실상 많은 곳이 불법 영업 중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월세보다 낫다'며 원룸을 임대해 전문적으로 영업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시형 민박업은 외국인을 상대로만 영업이 가능하다"며 "내국인의 사용 후기 등으로도 처벌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