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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는 이에 희망을 <1> 위험한 20·40

취업난·실직 등 짓눌린 삶에 극단적 선택…부산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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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20대와 40대의 절망사가 눈에 띄게 증가해 큰 충격을 준다. 20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세대이고 40대는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계층이다. 이들이 절망사에 빠진 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실업 등 경제 문제와 이혼 등 가족 해체의 그늘을 직접 드러낸 것이다.

# 신음하는 20대

- 부산 청년실업률 심각 수준
- 무직 비관에 한탕주의 허덕
- 지역 자살률 증가세 부추겨

# 쓰러지는 40대

- 작년 고용률 전국 최하위권
- 타 연령대比 이혼율도 높아
- 생활고에 가정불화 큰 영향

■벼랑 끝 20대

본지 취재팀이 지난해와 올해 10월까지 20·40대 변사보고서 377건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사인이 명확히 드러난 100건 중 19건이 취업과 실직 문제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였다. 거의 매달 한 명이 취업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수치다.

지난 5월 절망사 길을 간 A(28) 씨 사례를 보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A 씨는 수차례 시험에 떨어지자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낮췄지만 그것도 안되자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벼랑 끝에 몰린 A 씨가 선택한 것은 절망사였다. 또 대학 3학년생이 학사 경고를 받고 제적당한 것을 비관해 절망사 대열에 합류하는 등 학업 문제를 고민하다 세상을 떠난 것도 3건이나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원인은 빚이다. 19건에 달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터넷 도박빚(6건)과 각종 채무(9건) 등 다양했다. 특히 인터넷 도박빚은 한탕주의에 빠진 20대 모습을 반영한다. 이 밖에 이성 문제(16건)와 우울증(24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소외된 40대

40대는 처절하다. 몇 년 전 절망사로 부인을 보낸 40대 남성이 혼자 고교생 아들을 키우다 경기 침체로 간판 가게 문을 닫자 술에 의지하다 절망사를 택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은 아들과 미처 다 마시지 못한 술병뿐이었다. 40대 보고서를 분류하면 실직과 빚, 경제적 문제를 포함하는 생활고를 원인으로 밝힌 사례가 총 261건 중 46%인 121건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실직 16건, 사업 실패 28건, 채무 23건, 경제적 문제 36건 등 다양했다.

이뿐만 아니다. 가족 불화가 직접 영향을 미친 것도 46건에 달했다. 결국 생활고와 가족 문제가 64%를 차지했는데 생활고로 인한 사회적 소외와 이혼 또는 독신이 가져온 가족 소외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보고서를 토대로 40대의 직업 유무와 가정 형태를 조사했다. 직업은 파악 가능한 258건 중 64%인 164건에서 무직임이 확인됐다. 가정형태는 168건 중 60%인 100건이 이혼 가정 또는 독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40대 중 무직자와 독신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20·40대인가

20대는 3포, 5포에 이어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최근 'N포 세대'로 불린다. 사회에 진입해야할 세대가 청년 실업 문제에 부딪혀 극단 선택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부산 20대 절망사 비율이 유독 큰 것은 지난해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네 번째로 높은 청년(15~29세) 실업률(9%)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0대는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실직, 자영업 몰락 등 사회 문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부산의 40대는 지난해 고용율 76.3%를 기록, 전국 16개 광역 시·도 중 최하위에서 두 번째로 열악한 지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40대에 이혼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와 가족 문제 모두 위기에 봉착한 세대가 바로 부산의 40대다.

■위험 수위 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0년 부산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12.6명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 5.3명, 20대 7.9명, 30대 15.0명, 40대 15.4명, 50대 17.7명, 60대 27.6명, 70대 45.7명, 80세 이상이 57.5명이었다. 이 수치는 2000년 당시 부산의 연령대별 인구 중 자살자를 10만 명당으로 환산한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이후부터 2012년까지 전체 자살률이 30명을 넘을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가 최근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부산의 자살률은 28.7명으로 2000년에 비해 2.3배 뛰었다. 20대가 2.5배, 40대가 2.7배로 증가세를 주도했다. 같은 기간 30대(15.0→27.6명, 1.8배)와 50대(17.7→33.2명, 1.9배)도 올랐지만 20·40대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부산의 20·40대 절망사는 전국 평균(20대 17.8명, 40대 32.4명)보다 높았고 2000년과 비교한 전국 평균 증가율(20대 1.6배, 40대 1.7배)에서도 앞섰다.

전일의료재단 한선심 이사장은 "더는 절망사를 외면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원인 분석부터 대책마련까지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 "빚 고민 말고 채무조정·파산제도 활용하세요"

- 윤여욱 신용회복위 지부장

"빚 문제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과연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윤여욱 부산지부장은 20·40대 절망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빚 문제는 신용회복위원회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는 한마디로 빚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이다. 부산지부는 2002년 설립돼 2003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의 주요 업무는 채무조정(워크아웃)이다.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채무자가 안정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담을 통해 채무자의 빚을 파악한 뒤 채권자에게 앞으로 어느 정도 기간 내에, 어떤 방법으로 갚을 수 있을지 계획을 제시해 채권자와 채무자의 합의를 끌어낸다. 채무자 상황이 열악할 때는 법원에 개인 회생과 파산을 신청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용회복위가 복잡한 서류 절차를 지원한다.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20·40대의 채무조정 신청도 엄청나다. 신용회복위는 20·40대의 전국적인 채무조정 신청 현황을 공개했는데 29세 이하의 경우 2011년 6535명, 2012년 6809명, 2013년 6100명, 2014년 6671명, 올해는 9월까지 5794명에 달했다. 40대는 2011년 2만6475명, 2012년 2만4334명, 2013년 2만6101명, 2014년 2만2936명, 올해는 9월까지 1만8226명에 이른다. 신용회복위와의 상담은 전화(1600-5500)와 인터넷(cyber.ccrs.or.kr) 모두 가능하다.


# 경찰청 변사보고서 분석…자문단과 대안 고민

- 20·40대 자살률 이면 추적

절망사는 본지 취재팀이 만든 단어이다. 20·40대 자살 원인을 분석하면서 조어한 말이다.

취재는 지난달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부산 사망 원인 통계'에서 시작했다. 부산 지역 20·40대의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수치로 드러난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10월까지) 부산경찰청의 변사보고서 3600여 장 중 20대와 40대 377건을 추려 분석했다. 또 취재팀은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과 함께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가족 또는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지난 18일 자문단을 구성해 회의를 열었다. 실태를 접한 자문단은 "상황이 이렇게 절망적인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절망사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접근법과 대안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한편 자문단은 사회적인 파문을 우려해 자극적인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유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 자문단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박미옥 아미정신건강센터 원장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변윤진 부산생명의전화 사무국장

이미경 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한선심 전일의료재단 이사장

※ 취재 지원·협조

전일의료재단

[20 40 절망사 원인 살펴보니]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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