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뭇거릴 시간 더는 없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외 원전 선진국은 원전 해체 실증시설을 늘리고 독자적인 기술기반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은 32기의 원전 중 12기의 해체를 완료했고, 독일도 27기 중 3기를 해체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는 고리1호기 가동이 내년 6월 영구정지 되면 5년간의 해체준비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인 해체가 이뤄져야 하므로 2018년까지는 원전해체센터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은 있지만, 실제로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은 없어 해체 기술과 연구인력 등 기반이 취약하다. 연구로 및 우라늄변환시설 같은 소규모 저방사능 시설의 해체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해체에 필요한 38개의 핵심기술 가운데 17개 기술 정도만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확보했고 나머지 21개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원전해체 연구인력도 17명에 불과해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력 양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기장은 해체를 앞둔 고리1호기를 비롯한 원전이 밀집돼 있고, 수출용 신형 연구로 등 연구기반시설이 집적돼 있어 원전해체기술에 필요한 독자적인 핵심기술 연구개발(R&D) 및 해체기술 실증, 시설·장비 등 인프라 구축의 최적지로 꼽힌다. 집적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 이상길 원자력안전과장은 "원전해체센터는 예타가 아니라 정부(산업통산자원부)가 국책사업으로 부산 기장을 지정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 원전 가운데 가장 먼저 해체되기 때문에 해체센터는 기장에 자리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440조 시장 선점경쟁 치열
원전 1기의 해체 비용은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해체될 원전은 420기에 달해 시장 규모만 10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군사시설을 제외한 순수 민간시설의 해체 시장은 440조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외국 기술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으려면 원전해체의 핵심기술인 고도제염기술과 해체오염부지 정화기술 개발에 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에는 부산과 창원에 관련 기업이 집적돼 있어 원전해체산업이 육성되면,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는 고스란히 지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고리1호기 해체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만 7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생산유발 효과 5682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2069억 원 ▷고용창출 효과 3798명 등이다.
원전해체의 핵심기술은 제염과 절단, 오염부지 정화 등이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은 원전 등 플랜트 건설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해체산업에서도 국내 기술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서는 용접과 절단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원전해체산업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원전해체 관련 인증을 받은 기업은 부산지역에만 32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시는 원전해체센터와는 별개로 사상구 덕포동에 건립 중인 한국생산기술원 동남본부에 '부산원전해체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5년간 50억 원을 투입해 지역 중소기업이 원전해체 공정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시 김규옥 경제부시장은 "원전해체센터 예타는 무산됐지만, 관련 연구와 산업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역 조선기자재나 해양플랜트 업체들이 원전해체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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