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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9> 경남 합천 커피나무 키우는 강한순 씨

車 팔다가 원두 국산화 도전… “커피나무 매년 수천 그루 얼어 죽었죠”

  • 이완용 기자
  •  |   입력 : 2019-03-10 19:03:0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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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서 16년간 차 판매사원 하다
- 특수 농산물로 ‘돈방석’ 기대하며
- 1000평의 논 있는 고향으로 귀농

- 국내 생장 힘든 커피 모종 생산이 꿈
- 2005년부터 기후·토질 조사 거쳐
- 추위에 살아남은 나무만 개량하려
- 비닐하우스 온도 낮추는 실험 반복

- 현재 묘목 포함해 1만 그루 재배
- 원두 수확량 적지만 개념치 않아
- 표고버섯·굼벵이 사육해 자금 확보
- 자체 브랜드 만들고 체험농장 운영

남미처럼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커피를 한국에서 재배할 수 있을까. 16년 동안 자동차 판매 사원으로 일하다 귀농한 강한순(54) 씨가 수년간 연구 끝에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재배에 실패해 수천만 원을 날리고, 재배지도 여러 차례 옮겨다니는 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은 한 해 커피 150㎏을 생산하고 커피체험마을까지 운영하는 뚝심의 농부다.
   
경남 합천군 ‘합천늘푸른농장’에서 강한순(54) 씨가 무성하게 자란 커피 나무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완용 기자
■초보 농부 ‘커피 국산화’ 도전

강 씨는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에서 자랐다. 가난했지만 승부욕만큼은 남달랐던 그는 늘상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산업 역군’이 되려고 실업계고, 전문대를 졸업하고 자동차 판매사원으로 일했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부채만 쌓였다.

   
그러던 차에 강 씨는 ‘우리나라에 없는 작물을 재배하면 돈방석에 앉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고향에 1000평 논도 있었다. 그 길로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는 고향에서 커피 농사를 짓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5년 자신의 논에서 농사 짓는 친척에서 200평을 돌려받아 비닐하우스에 한라봉과 커피나무를 심었다. 커피가 자라기 좋은 기온을 만들려고 여름철만 빼고 항상 연탄 보일러를 피웠다.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재배하는 작물이어서 농사법을 지도해 줄 연구원도 없었다. 강 씨는 혼자 책과 논문을 보고,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며 ‘커피 국산화’에 매달렸다. 재배는 원하는 대로 잘되지 않고, 직장생활에도 소홀해져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1차 귀농 시도는 빚만 떠안은 채 2년 만에 끝났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게 소득이었다.

■한국에 맞는 모종 생산 목표

   
강 씨가 익어가는 커피나무 열매를 보여주며 커피나무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미련이 남았던 강 씨는 정착지를 경남 합천으로 옮겨 커피 국산화에 재도전했다. 2011년 합천읍 외곡마을 양지바른 곳에 4000평을 구하고 2년 동안 기후와 토질을 조사하면서 조금씩 준비했다. 자금회전을 위해 처음에는 표고버섯과 굼벵이도 함께 사육했다. 커피에 비하면 표고와 굼벵이 농사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도 돈이 되는 농사보다 커피 생산에 더 비중을 뒀다.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지만, 생산지가 한정돼 있어 국산화에만 성공하면 지금까지 고생은 하루아침에 보상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커피 나무가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하도록 비닐하우스 온도를 1년에 3도씩 낮춰가면서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2017년 수확을 앞뒀을 때 비닐하우스 입구 주변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5000만~6000만 원어치의 나무가 얼어죽었다.

   
강 씨가 재배한 ‘합천 하비주’ 커피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
지난해에도 3000~4000그루가 얼어죽었다. 해마다 4000~5000그루를 심고, 3000여 그루가 얼어죽는 일이 반복된다. 그렇게 추위에서 살아남은 나무를 개량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묘목을 포함해서 1만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이 중 500여 그루에서 커피가 열린다. 수확량은 그루당 연간 150㎏에 불과하다. 적은 양이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모종을 생산하는 게 강 씨의 목표여서 수확량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강 씨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령이 오래되고 경제성이 낮은 밤나무를 걷어내고 대신 커피나무를 심도록 하는 게 꿈이다. 커피나무는 2, 3m가량 줄기가 자라서 한 그루에 연간 300㎏ 이상을 수확한다. 커피는 콩고와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고,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많이 생산하지만, 중국의 윈난성으로 재배지가 확대되고 있어 우리나라에 생산될 날도 머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왜 하필 커피인가

   
합천늘푸른농장에 커피 모종과 묘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강 씨는 20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에 놀랐다. 당시 수입량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에는 14만t, 7000억 원어치가 넘게 수입됐다. 세계 7대 수입국이다. 이렇게 소비가 많은데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수입의존 식품의 국산화였다.

커피를 기르기가 워낙 어렵고, 시행착오도 반복돼 경제적 부담이 따르자 강 씨는 지난해부터 커피 체험장을 운영하며 변화를 주고 있다. 직접 만드는 커피의 브랜드는 ‘합천 하비주’로 지었다. 자신과 아들의 이름을 조합해서 받침을 뺐다. 가족 이름도 걸만큼 열정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강 씨가 농장에 찾아온 학생들에게 커피 나무의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
지금은 농장 한쪽에 체험시설을 갖추고 커피를 직접 내린다. 체험객이 오면 커피 열매도 만져보고 직접 따서 씹어 보게도 한다. 체험장 한쪽에 무대도 만들었는데, 때로는 음악회 등 공연도 열어서 이곳을 누구든 찾아와 소통하는 ‘살롱’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도전하는 농부 강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설렘으로 만난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하루 나무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누구도 덤비지 않는 어려운 일을 해서 자랑스럽다”며 “도시 근교에 커피 전문점을 열려는 사람을 위해 체인화 할까 싶기도하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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