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홰바지·토곡·물만골…지명을 뜯어보면 마을 유래가 보인다

연제구 자연마을들

이야기 공작소- 도란도란 연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13 19:12:4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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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온천천 저습지 큰 새 서식
- 인근 마을 ‘한새벌’ 지명 생겨
- 현 교통의 요지 남문구 사거리
- 동래읍성 남문 입구에서 유래

- 고개 주변 토끼가 많아 ‘토곡’
- 횃불 들었던 곳이라고 ‘홰바지’
- 황령산 자락에 있는 ‘물만골’은
- 물 풍부하다는 의미로 지어져

지금의 부산 연제구는 행정타운이다.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법원과 검찰청 등이 모두 연제구에 있다. 당연히 인구밀도도 높다. 근현대 산업화 시기에도 연제구 일대는 넓은 벌판이었다. 옛 지도를 보면 동래읍성 안팎에 민가가 꽉 차 있는데 온천천 건너편에는 민가가 드문드문 펼쳐져 있다. 연제구 일대는 저습지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지리적으로 큰 마을이 형성되기에 어려운 자연조건이었다. 이런 연제구에서 자연마을을 찾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 정도다. 그나마 전해지는 지명은 옛 전통마을을 나타내는 시금석이다.
   
황령산 자락의 계곡 틈에 있는 마을인 물만골 전경. 국제신문DB
■ 황새 날아든 한새벌 마을

한새벌 마을은 거제1동으로, 부산교육대 근처에 있던 마을이었다. 한새벌 마을은 조선 시대 동래읍성에서 나와 온천천의 세병교(洗兵橋)를 지나면 가장 먼저 닿는 동네였다. 한새벌의 한새는 ‘큰 새(大鳥)’라는 뜻. ‘동래부지’에서도 이 일대를 대조리(大鳥里)라 하였으며, 동래부 관문에서 3리 떨어져 있다고 하였다. 이곳은 한새벌 외에도 황새벌, 황새알, 학란(鶴卵) 등의 지명이 전해진다. 거제천과 온천천이 연결되는 저습지에 황새를 비롯한 큰 새들이 날아와 서식하여 이런 지명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육대 정문과 연결되는 교대로(敎大路) 남쪽 산은 ‘십자산(十字山)’이라 부른다. 한새벌 마을은 이 십자산을 배후로 조성되었을 것이다. 산업화 시기에는 십자산 남서쪽에 슬레이트집이 모여 산동네를 형성하였다.

거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로 선정된 뒤 2016년부터 거제센트럴자이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산동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황새알 우물터는 한새벌의 역사를 증명하는 마을 유적이다. 교대로 16번길을 따라가면 저층 건물과 주택가 사이에서 황새알 우물터를 찾을 수 있다. 1947년에는 부산의 수질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였으며,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흘러나와 주민들에게 귀한 식수를 공급해줬다. 2015년 우물터를 새롭게 정비하였으며, 지금은 마을 주민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 교통의 요지, 남문구 마을

   
부산교대 인근 황새알 우물터.
남문구(南門口) 마을은 거제1동 남문구 사거리 일대에 있었다. 남문구 사거리는 육로와 전철, 철도가 접하는 교통의 요지다. 도시철도 3호선 거제역과 동해선 거제역이 환승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남문구 마을은 이름처럼 동래읍성 남문의 입구에 있던 마을이다. 남문을 통과하여 세병교를 지나 부산진성으로 가는 길의 초입에 있었던 까닭에 입지적으로 중요했다. 동래읍성 남문은 현재 동래경찰서 자리에 있었다. 남문은 익성(翼城) 형태로서 이중문이었는데, 앞문은 세병문(洗兵門), 뒷문은 주조문(朱鳥門)이었다.

남문구 마을은 동해남부선 철도가 지나가고, 근처에 철교가 조성됨에 따라 남문구 굴다리라는 명칭도 생겨났다.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철도 근처에는 판잣집과 슬레이트집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다. 지금의 법원과 검찰청 자리에는 육군 제1정비창이 들어섰고, 부대 주변은 개발 제한으로 높은 건물을 건립하지 못했다. 군부대 이전은 그동안 묶여 있던 개발제한을 한꺼번에 풀어버리는 효과를 낳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고층 빌딩과 상가 등이 쑥쑥 들어섰다. 도시철도 3호선 거제역이 들어섰고,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에 따라 인근 마을이 철거되었다. 지금은 동해선 거제역 공용주차장 서북쪽으로 마을 일부가 남아 있다.

■ 횃불과 관련된 홰바지 마을

홰바지 마을은 거제해맞이역 건너편으로, 거제3·4동에 걸쳐 있던 자연마을이었다. 이 일대는 화지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끊기면서 넓은 평지를 형성하였다. 이곳의 ‘노내들’이라는 지명도 넓은 들판을 뜻한다. 또 거제천이 흘러가 주변에는 미나리꽝으로 불리는 저습지가 많이 조성되어 있었다.

홰바지 마을의 의미는 여러 설로 전해진다. 홰바지는 홰받이, 해바지, 거점(炬店)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홰’는 횃불에 쓰이는 가연성이 높은 잡목을 뜻한다. 홰바지 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는 공무를 마치고 밤에 돌아오는 동래부사를 횃불을 들고 마중 나간 곳이라 풀이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조선 시대 큰 시장이었던 부산장에 다녀오던 상인들을 가족들이 횃불을 들고 맞이했던 장소로 해석하는 게 나아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 마을 건너편에 동해남부선이 개통되면서 홰바지 마을에는 철도국 직원 등을 위한 철도관사가 세워졌다. 목조와 기와지붕으로 건립한 철도관사에는 철도국 직원과 철도 부설 기술자들이 살았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철도관사 건물이 일부 있었으나 거제로를 왕복 10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철거되었다.

■ 토곡에 경찰서가 있는 까닭

   
토곡사거리에서 토곡고개 방면을 바라본 모습.
이불 마을은 대리마을에서 고분로를 따라가다가 부산경상대학 앞쪽에 있었다. 연산8동에 해당한다. 이불(二佛)은 이 마을에 금부처가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이불 마을은 40호 정도가 사는 마을로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었다. 윗마을은 부산경상대학 북쪽에, 아랫마을은 연천시장 남쪽에 자리 잡았다. 이불 마을은 농청계와 배산제를 주도하는 등 인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고 전통을 잘 계승한 자연마을이었다. 이불 마을 근처에는 옥단샘이 있었다. 옥단샘은 ‘옥단’이란 처녀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따뜻한 물이 솟아났던 이 샘에는 처녀와 총각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불 마을에서 과정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토곡사거리가 나온다. 토곡사거리에서 망미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토곡고개이다. 토곡 마을의 지명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연산9동에 해당한다. 토곡은 토곡(土谷) 토현(土峴) 톳골 등으로 쓰인다. 고개 주변에 토끼가 많이 서식했기 때문에 토곡(兎谷) 토현(兎峴)으로 쓰고 ‘토끼고개’로 불리기도 한다.

토곡고개는 이섭교를 건넌 이들이 수영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옛날에는 산적들이 길을 넘어가는 상인들을 노리기 위하여 망을 보던 바위가 연제경찰서 부근에 있었으며, LG아파트 근처에는 고개를 무사히 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서낭당이 있었다.

현재 토곡고개 근처에는 연산도서관, 시 소방본부, 연제경찰서 등 관공서가 몰려 있고, 아파트 단지도 많다.

■ ‘공동체’로 더 유명한 물만골

연산2동 연제구청과 이마트 일대에는 신리(新里)마을이 있었다. 지금도 연수로와 월드컵대로가 만나는 삼거리를 ‘신리 삼거리’라고 한다. 신리는 새로 생겨난 마을이란 뜻으로 보인다. 신리마을 사이에는 황령산에서 발원하여 내려온 중앙천이 흘러갔다. 일제강점기 신리마을에 철도관사가 있었다. 지금의 연제구청 뒤편이다. 이 철도관사에는 동해남부선을 건설하는 현장 기술자들이 기거하였으며, 개통 이후에는 철도국 직원들이 이용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식 가옥 형태의 철도관사 건물이 남아 있었으나 브라운스톤 등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철거됐다. 이마트 자리에는 1954년 부산여자대학교(신라대학교 전신)가 개교하여 오랫동안 여성 인력 배출의 산실로 역할을 하다가 백양캠퍼스로 이전하였다.

이마트와 신리삼거리 중간 즈음으로 황령산 자락이 길게 뻗어 있다. 황령산 자락의 계곡 틈에 있는 마을이 물만골이다. 물만골은 이름처럼 황령산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풍부하다고 하여 붙여졌다. 물만골 골짜기는 돌배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배나무골’로도 불렸다. 물만골 마을에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주민이 정착하기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된 것은 매축지 철거민이 이주해 온 이후이다. 물만골 마을은 물만골 공동체를 조성하여 주민자치, 환경운동 등을 실행하는 등 실험적인 생태 마을 운동을 벌여왔다.

   
솔동네 마을은 신리삼거리의 동북쪽에 있던 마을이다. 이 일대는 황령산에서 내려온 산세가 구릉을 형성하는 곳으로 과거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생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마을 이름도 솔동네 마을로 붙였다. 예전에는 숲이 우거져 산적이 자주 출몰하였다고 한다. 아기가 죽으면 묻는 무덤이 있어 ‘애씨등(터)’이라는 지명도 전해진다. 1960년대 초량동 매축지 마을의 철거민이 대거 이주해왔다. 지금은 대규모 주택단지로 변모하여 소나무를 거의 찾을 수 없다.

유승훈 부산시 학예연구사

※ 공동기획: 부산연제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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