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조사단 아직 구성 못한데다
- 석탄재 매립 자료 확보도 어려워
- 밀려든 흙더미에 기계 대거 손상
- 대부분 공장 재가동 엄두도 못내
- 피해액 현재까지 120억 원 추산
부산 사하구 구평동 야산 붕괴사고(국제신문 지난 4일 자 1·3면 등 보도) 이후 원인 규명과 복구 작업이 더뎌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주민과 매몰 피해를 본 공장의 노동자도 고충이 크다.
부산시는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와 함께 공동 조사반을 구성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피해 복구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아직 구체적 일정과 조사단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토목학회는 소속 교수들에게 연락해 조사에 참여할 인원을 물색 중이다. 시는 조사단 규모가 정해지면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예정인데 조사 기간을 60일 정도로 예상한다.
야산 정상의 예비군 훈련장을 관리하는 군과 사고 현장에 투입된 경찰도 자체적으로 원인 규명에 나선다. 하지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재가 매립된 경위와 배수관 파손 이유 등을 밝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매립 시기가 수십 년이나 지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와 전문가의 정밀 조사가 먼저 이뤄진 다음에 경찰이 조사 대상을 특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 사고 피해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건물 안으로 쏟아진 토사 탓에 가동을 멈춘 공장들은 피해가 상당하다. 매몰된 주택 건물 바로 아래 자리한 필름 제조 공장에선 며칠째 흙만 퍼 나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공장 관계자는 “출근해도 기계에 토사가 들어가 쓸 수가 없다. 다시 공장을 가동하는 게 예삿일이 아니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전기가 복구된 공장도 있지만, 힘든 사정은 비슷하다. 한 화학 제품 생산업체의 관계자는 “자재를 들여오거나 제품을 옮길 차량이 다닐 길이 없다. 막막하다”며 “공장을 마냥 놀릴 수 없어 그나마 가동하기는 하지만, 우리보다 피해가 큰 공장이 많아 하소연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하구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는 이번 야산 붕괴로 인한 재산 피해를 7일 현재까지 120여억 원으로 집계했다. 시는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20억 원을 요청했다.
주민 불편도 계속된다. 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하나뿐이라 경찰·소방 차량을 비롯해 덤프트럭 등 중장비까지 이곳을 드나든다. 많은 양의 석탄재와 토사가 처리됐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먼지와 악취가 진동한다. 주민 신모(56) 씨는 “큰 차량이 다니는 통에 정신이 없고 먼지도 이리저리 날려 불편하다. 사고가 컸던 만큼 이해는 하지만, 복구 작업이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고 닷새째인 7일에도 공무원과 군 장병, 자율방재단 등 315명이 동원돼 복구 작업을 벌였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대형 중장비도 33대가 동원됐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