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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바라는 공약 <상> “쉬는시간 더 줘요” “아동범죄 근절을” 아이들 달라진 목소리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2-05-03 19:59:44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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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18세 미만’ 487명 설문
- 교육관련 요구 4년 전보다 급증
- 코로나로 빡빡해진 수업 불만
- 활동적 예체능 과목 추가 요청

- 학교폭력 감시·처벌 강화 촉구
- 매달 가정폭력 실태조사 주문도

- 기후·환경 관련 문제 인식 향상
- 교통안전 개선은 후순위로 밀려

“등교시간을 늦춰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조금 쉬면서 공부하고 싶어요” “아동학대 사건이 이렇게 이슈가 됐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켜주세요” “환경 과목을 만들어서 어떻게 하면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꽉 막힌 콘크리트 아파트 말고 지구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숲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시골에는 놀이 공간이 없어 친구 만들기가 어려워요. 시골에도 우리가 살고 있으니 제발 신경 써 주세요” “넓은 인도와 바닥 신호등을 만들어주세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계 각층에서 저마다의 희망사항을 쏟아내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언제나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의견을 내던 이들. 바로 18세 미만 아동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제20대 대선·8대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아동의 목소리가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전국 아동(만 18세 미만) 4478명을 대상으로 5162건의 공약 제안을 수집했다. 희망을 놓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부산 강서구 부산학생수상안전체험장에서 열린 ‘2022 초등 수상안전체험과정’에 참가한 부산 신덕초 학생들이 수상 무동력선 체험을 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숨 쉴 틈이 없어요

전국 아동 대상 수집 결과는 7개 분야로 나뉘었다. 많이 쏟아진 분야는 ▷교육·학교(25%) ▷폭력·범죄(21%) ▷기후환경(16%) ▷놀이·여가(15%) ▷교통안전(11%) ▷복지(9%) ▷아동참여·정치(3%) 순이다.

부산 거주 아동 487명(551건)이 원하는 공약 우선순위도 ▷교육·학교(35%) ▷폭력·범죄(18%) ▷기후환경(15%) ▷놀이·여가(14%) ▷교통안전(9%) ▷복지(7%) 등으로 전국과 거의 같다. 이번 공약 순위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때 실시한 설문조사와 비교해 상당수 달라졌다. 당시 부산 아동 1209명(1765건)을 대상으로 수집한 결과는 ▷교통안전 개선(18%) ▷깨끗한 지역사회 조성(18%) ▷놀이·여가(14%) ▷교육·학교(9%) ▷도시 편의시설 확대 (8%) ▷아동 대상 범죄 예방(8%) 순이었다.

올해 부산 지역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학교 분야 관련 요구가 35%로 4년 전(9%)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분야에서 아동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전반적인 교육 시간 축소 및 쉬는 시간 확대’(65건)다. 한 마디로 쉴 권리 및 놀이권 보장 요구다. 과거보다 이 같은 요구가 커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배경으로 꼽힌다. 감염병 전파 예방을 위해 하교 시간을 앞당기고자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김○하(13) 학생은 “잘 쉬지 못해 뇌가 잘 ‘작동’하지 않아 공부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10분은 짧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현(13) 학생도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2년이 20년 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국영수 위주에서 벗어나 예체능 등 여러 종류 학습 경험을 원한다는 의견(32건)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강○원(14) 학생은 “공부 과목과 체육 과목을 섞어서 하고 싶고 외부 선생님이 와서 여러 체험활동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동아리 활동도 폭넓게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장○진(14) 학생도 “예체능 과목을 늘리고 요리 등 활동적인 수업을 추가해달라. 학생이 받고 싶은 특별 과목을 투표로 정해서 최소 1·2 순위는 도입해 달라”고 주장했다.

■밖에 다니기 무서워요

학교폭력, 아동 대상 범죄 근절 등에 대한 요청도 8%에서 18%로 증가했다. 하○(14) 학생은 “요즘 뉴스를 보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너무 많아 밖에 다니기가 무섭다. 특히 성범죄, 아동학대 같은 범죄는 알아차리기 더 힘들기 때문에 강력한 감시와 처벌을 해달라”고 청했다.

이 밖에 “학원 퇴원 시간은 점점 늦어져 가는데 아동 대상 범죄는 늘고 대처는 약하니 밤에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다”는 호소부터 “가정 폭력 실태조사를 매달하고 예방 정책을 세워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전 지구적 기후·환경문제에 대한 걱정과 요청도 눈에 띈다. 4년 전 깨끗한 지역 사회를 위해 쓰레기통 설치 및 분리수거 철저 등을 요구하던 수준에서 범위가 확대됐다. 요구도 ▷쓰레기 배출감소 및 처리 시스템 강화 ▷탄소배출 감소 및 지원 방안 마련 ▷환경보호 실천 및 인식개선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이다.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코로나19 사태에서 1회 용품 문제가 부각되며 관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은(15) 학생은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 및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민(14) 학생은 “기업을 규제해 배출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환경 문제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전 개선 요구가 가장 많았던 교통안전 개선 분야는 후순위로 밀렸다.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어진 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각 지자체, 기관과 함께 옐로카펫, 노란 전신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그린로드 대장정’ 캠페인을 꾸준히 펼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김진선 대리는 “최근 언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기후 변화 위기, 아동학대 위험성 등을 많이 다룬 영향이 설문조사에 반영된 것 같다. 아동들이 어리지만 자신들과 연관된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전달해 필요한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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