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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바라는 공약 <하> 나이제한 놀이터, 노키즈존…“맘껏 놀 곳이 없어요” 하소연

  •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  |   입력 : 2022-05-10 19:34:5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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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 설문 “우리 권리 차별받아”
- ‘놀이·문화시설 확대’ 요구 최다

- 부산 어린이 놀이터 4211곳 중
- 56.7%가 주택단지 내부 시설
- “아파트에 안 살면 이용 막아요”

- 높은 버스손잡이·공유자전거 등
- 공공시설 내 차별문제도 꼬집어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놀이터에서도 못 놀아요.” “친구들과 카페에 놀러 갔는데 출입 금지래요. 우리를 애완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요.” “요즘 노키즈존도 많이 생기고 놀 수 있는 곳은 비싸서 놀 수가 없어요.” “공유자전거 공유킥보드 어린이용으로도 만들어주세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하려면 기계가 너무 높아서 손이 닿질 않아요. 높이 조절이 가능한 기계를 만들어주세요.” ….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아동은 충분히 놀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동은 지금도 어른이 만든 차별 속에서 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아동들은 차별 없는 놀 권리를 예전부터 요구하고 있지만, 어른의 무관심 속에 변화는 하세월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앞으로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놀이터는 바깥놀이를 하기에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지만 그마저도 주거 지역과 환경에 따라 누릴 수 없는 아이들도 있다. 국제신문 DB
■ 차별 없이 놀고 싶어요

아동이 가장 원하는 건 뭘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전국 아동(만 18세 미만) 4478명을 대상으로 아동이 원하는 아동정책을 조사한 결과 ‘놀이 및 문화시설 확대’(579건)가 가장 많았다. 앞으로 아동정책을 수립할 윤석열 대통령과 8대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차별 없는 놀이권 보장’(86건)이다. 비록 정책 제안 순위는 하위권이었지만, 아동들이 남긴 메시지를 살펴보면 1위인 ‘놀이 및 문화시설 확대’와 의미가 다르지 않다.

정책 제안에 참여한 아동들은 차별 없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며 공공 놀이공간 확대를 요구했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박모(13) 양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 놀이터가 없어 주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 경비아저씨에게 쫓겨났다. 주변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모 군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놀이터 말고는 비용 부담 없이 놀 곳이 없다. 무료 놀이 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놀이시설이 아파트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을 보면 부산지역 어린이놀이시설 총 4211개 중 주택단지 내 시설이 2388개로 56.7%를 차지한다.

나이 제한으로 놀 권리를 막는 놀이터도 있다. 수영구의 한 아파트는 10세 이상 어린이는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김모(13) 양은 “제가 사는 아파트에 갑자기 ‘10세 이상 사용금지’라는 문구가 붙었다. 고학년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동네마다 놀이시설을 늘리는 정책과 함께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한때 아동이었던 어른들의 배려도 필요하다.

노키즈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노키즈존이 아동 혐오에서 온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박모(10) 양은 “어린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닌다는 이유로 노키즈존이 많이 생겼다. 공공장소 예절은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하지 않나? 지금 어른들도 배려받으면서 자랐을 텐데 잊고 지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모 군은 “노(No)키즈존은 늘고 있지만, 온리(Only)키즈존은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주변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온리키즈존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공공 놀이기구에 대한 차별 문제도 거론됐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 자전거다. 창원시 공유자전거 ‘누비자’는 13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김모 군은 “공공에서 운영하는 자전거에 나이 제한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13세가 넘어도 키가 작으면 타기 어렵다. 아이들을 위한 자전거도 마련해야 한다. 차별이다”고 꼬집었다.

■공공시설 어린이 차별도 여전

3년 전 공공시설 내 어린이 차별 요소에 대해 지적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19년 8월 아이들의 눈으로 공공시설 내 어린이 차별 요소를 확인했다. 대부분 시설이 어른 기준으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중화장실 높은 세면대·가방걸이 ▷음식점의 높은 키오스크 ▷안장 높은 공유자전거 ▷높은 버스 손잡이 등이 있었다. 홍모 양은 “모두가 소중한 존재인데, 왜 어린이라는 이유로 배려받지 못하는지, 그리고 차별로 인해 우리가 왜 불편을 느껴야 하는지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이모 군은 “시설을 만들 때 어린이가 이용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시설 이용자에 어린이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3년 전 지적에도 공공시설 대부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부산 어린이대공원 내 화장실에는 성인용 세면대 1개가 전부였다. 시내버스 손잡이 높이도 바뀐 게 없다. 어린이날이 선포되고 100년이 흘렀으나, 어른의 무관심 속에 어린이는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박정연 소장은 “우리 모두가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동을 바라볼 때 비로소 아동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면서 “아동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아동이 행복한 부산을 위해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정책공약이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에 진지하게 검토되고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동기획=국제신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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