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등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구가 줄고 있다. 과거엔 문방구나 슈퍼에서도 태극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 동네 주민센터 외에는 파는 곳이 잘 없다.

동래구 온천천 공원 일대에 삼일절을 맞아 태극기가 걸려 있다. 홍정민PD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문구점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은 태극기를 팔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문구점에서도 태극기는 팔지 않고 사무 용품만 취급한다고 전했다. 태극기를 팔지 않는 문구점들은 대부분 수요가 적어 어쩔 수 없이 팔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연제구 ‘ㅌ’문구점에서 판매 중인 태극기. 매대 제일 높은 곳 물품들에 섞여 먼지가 쌓여 있다. 홍정민PD

온라인 마켓에서 태극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예전만큼 찾지 않는다. 요즘엔 삼일절을 기념하기도 하지만 공휴일을 이용해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한국발 일본행 항공권의 평균 예약률은 93%를 기록했다.

한편 가구마다 설치하는 국기게양대도 줄고 있다. 아파트보다 주택이 많았던 과거엔 집집마다 대문에 게양대가 설치돼있었다. 연식이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도 가구마다 게양대가 설치돼있어 태극기를 걸 수 있는데, 최근에 지어진 일부 신축 아파트의 경우 게양대가 아예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래구 수안동의 한 주택집. 국기 게양대에 녹이 슬어 있다. 홍정민PD

통유리로 베란다를 마감하거나, 미관상의 이유 등으로 국기게양대 설치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원룸이나 빌라의 경우 게양대를 설치한 곳이 거의 없고 건물 대문이나 기둥에도 게양대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오래된 주택들도 집의 일부를 가게로 리모델링 하면서 게양대를 아예 없애기도 한다.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여전히 태극기를 팔고 있지만 수요가 거의 없다”며 “삼일절이나 광복절 즈음에 두어 개 팔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동래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B씨는 “예전에는 관공서에서 태극기도 나눠주면서 게양하자고 나서기도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이제는 마음으로 국경일을 기념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