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우 개선·업무영역 규정 목적”
- 의사 “의료체계 뒤흔드는 악법”
- 보건직군 총파업 시사 등 반발
간호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행하면서 의료계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법사위에 계류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 하면서 법안은 상정을 눈앞에 뒀다.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직군에서 총파업 불사 의지도 내비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자 간호사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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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부산시간호사회가 주관한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 집회’가 열려 간호대 학생과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22일 부산시간호사회와 간호대학생 등 100여 명은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 촉구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대한간호협회는 서울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민트 엔젤 대장정’ 캠페인 전개를 예고했다. ‘민심의 물꼬를 튼다’는 내용의 캠페인으로 간호법 관련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홍보를 위해 전국을 순회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간호사회는 다음 달 말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를 연다.
간호법 제정을 두고 직역간 갈등이 거센 이유는 뭘까. 간호사회의 주장은 분명하다. 1951년 의료법 제정 이후 급변한 의료환경과 달리 간호업무 범위는 제자리걸음인 만큼 ▷현재 의료법 내 간호사 역할을 별도 규정해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하고 ▷지역 사회에서 증가한 돌봄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고 명확한 역할에 대한 적정한 보상에 대한 내용도 포함한다.
현재 의료법 상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사 진료의 보조’ 수준으로 명시된 것이 전부다. 요양시설 학교 등 돌봄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간호사가 배치돼 있지만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부산대학교 간호대학 하주영 교수는 “간호사의 바람은 ‘간호사 일을 잘 하고 싶다’는 것이다. 대형 병원에선 과중한 업무 부담 탓에 의사가 할 일을 은연중에 하고 있고, 돌봄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의료 행위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의사들이 주장하는 간호사의 개원 우려는 법에 포함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나 요양시설 종사자의 업무 범위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의료 선진국을 비롯한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사들은 현재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악법이라고 반박한다. 내과 의사인 부산시의사회 김보석 총무이사는 “의료 행위는 진찰과 처치를 하고, 환자 상태를 체크하는 등 일련의 흐름이 있다. 모든 것이 의료법 안에서 작동하는데 간호사만 단독법을 제정해 빠져나간다면 직역 간 이해충돌이 벌어질 것은 당연하다. 간호의 정의조차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며 “간호 업무 규정에 따라 충돌이 생기면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라고 주장했다.
다른 직역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부산시회는 국회 앞에서 간호법 반대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타 보건의료직군 역시 업무 침해 우려를 밝히며 총궐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이라며 의사협회를 향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