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출생아가 2만3,000여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를 기록하는 등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육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직장으로 돌아오면 ‘민폐’ 취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직장인 절반 가량은 여전히 출산·육아·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5.2%가 이같이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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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 토막인 25만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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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로는 남성(41.6%)보다 여성(49.9%)이 육아휴직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58.5%),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67.1%),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57.8%) 등 ‘노동 약자’가 평균보다 높았다.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39.6%였다.
비정규직(56.8%),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62.1%),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55.0%)는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답했다.
가족돌봄휴가 역시 응답자의 53%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돌봄휴가는 자녀와 조부모·부모·배우자 등을 돌보기 위해 쓰는 휴가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1년에 열흘까지 쓸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육아휴직·출산휴가 등을 썼다가 육아휴직 후 급여 삭감, 안식휴가 대상자에서 제외, 일방적인 휴가 일수 조정,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요청 거절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직장갑질119 는 “정부는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확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저출생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