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신고 한 곳의 식당으로 돼
- 다른 업주 12명까지 피해볼 판
- 부산진구 “상식 선에서 조치”

한 지붕 아래에서 13개 업소가 각자 장사하는 부산 서면의 유명 양곱창 점포가 일제히 행정처분 위기에 놓였다. 한 업소에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인데, 일대 점포가 한 개의 식당으로 영업신고가 이뤄져 있어 행정처분이 동시에 적용된다. 담당 지자체는 사정을 고려해 행정처분 수위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31일 부산진구 서면의 A양곱창 가게 내부 모습. 오후 영업 시작을 앞두고 불이 꺼져 있다. 이른바 ‘코너식 가게’로 한 공간에서 13명의 업주가 각기 영업한다. 전민철 기자

31일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월 발생했다. 서면에서 50년 넘게 ‘양곱창 맛집’으로 이름을 날린 A 가게는 13개의 양곱창집이 한 곳에 모여있는 이른바 ‘코너식’ 가게다. 공간은 같이 쓰지만 각자 다른 주인이 가게를 운영한다. 한 구획을 인수해 영업 중인 B 씨는 지난 6월 20일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고 달아나는 손님 일당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이전에도 음식값을 안 내고 도망간 손님에게 여러 번 당했던 터라, 유난히 가게 안팎을 자주 들락거린 이들을 유심히 봤기 때문이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 3명은 술 세 병을 포함해 15만 원어치 음식을 먹었다.

음식값을 받을 줄 알았던 B 씨는 경찰서에서 되레 피의자 신세로 전환됐다. 붙잡은 일당이 모두 미성년자라 졸지에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등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B 씨는 “체격도 좋고 문신까지 있어 미성년자라고 전혀 생각 못 했다. 알았다면 내 손으로 잡아 경찰을 찾았겠느냐”고 억울해 했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지난 25일 부산진구는 B 씨에게 행정처분 예정을 알렸다. 문제는 처분이 B 씨 업소뿐만 아니라 A 가게 13개 업소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영업신고가 한 곳의 식당으로 됐기 때문이다. 구에 따르면 A 가게 영업 신고는 ‘대표자 외 00인’의 형태로 업주 명단이 들어가 있다. 행정처분 내용은 검찰 의견에 따라 수위가 조절되지만,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면 첫 적발 시 통상 2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진다.

업주들은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3명이 각기 보증금 월세를 내고, 사업자등록도 따로 되어 있어 세금도 별도로 내는데 공통 처분 적용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B 씨 역시 자기 잘못으로 이웃 가게 영업에 방해를 주게 됐다며 다른 처분을 호소한다. B 씨는 “미성년자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인데, 아무 죄 없는 이웃 가게까지 자칫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저만 책임질 수 있도록 구에서 처분 방식을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영업신고가 별도로 되어 있으면 한 집만 처분하면 되는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무는 방법도 있다. 상식적인 선에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